지난주 새로 개봉된 영화는 이미연이 주연한 한국영화 <물고기자리>, 킴 베이싱어 주연의 스릴러 영화 <블레스 더 차일드>, 왕가위 감독, 장만옥 양조위 주연의 멜로영화 <화양연화>, 노래 한 곡이 지닌 '마력'을 유려한 영상언어로 그려낸 독일영화 <글루미 선데이>, 산드라 블록 주연의 <28일 동안> 등. 그러나 이 중 어느 한 작품도 '대박'의 조짐을 보이진 못했다.
그나마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은 <블레스 더 차일드>다. 할리우드의 섹스 심볼 킴 베이싱어가 뉴욕 병원의 간호사 메기로 출연한 이 영화는, 초능력을 지닌 아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엑소시스트> 류의 오컬트 무비를 연상시키는 작품. 당초 흥행이 점쳐지지 않았던 이 영화는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지난 주 흥행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블레스 더 차일드>가 거둬들인 관객 동원수는 약 2만5천 명에 불과하다.
그 뒤를 이어 흥행 3위를 기록한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신작 <화양연화>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던 이 영화는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주말 이틀간 <화양연화>가 거둬들인 서울 흥행 스코어는 약 2만2천 명. 왕가위 감독과 주연배우가 모두 한국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실로 약소한 흥행수치다. 그러나 이 영화의 투자 및 수입을 맡았던 '모인 그룹' 측은 "이미 이 영화는 세계 배급을 통해 2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며, "국내에서의 저조한 흥행수치는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주에 개봉되어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는 영화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다. 3시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꾸준한 입 소문으로 흥행 수치를 늘려가고 있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가 주말 이틀간 모은 서울 관객 수는 약 2만1천 명, 지난주 성적까지 합하면 이 영화는 현재까지 약 7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곽지균 감독이 연출하고, 배두나 김래원이 주연한 한국 멜로 영화 <청춘>도 지난 주 1만7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꾸준히 국내 박스오피스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중. 이에 대해 영화관계자들은 "배두나의 몸을 아끼지(?) 않은 연기 덕분에 흥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주 새로 개봉된 한국영화 <물고기자리>는 주말 이틀간 약 8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해 최악의 실패를 기록했다. 이미연의 열연이 돋보인 이 영화는 멜로 영화처럼 홍보됐으나 실제론 심리 드라마적 성격이 강했던 영화. 달콤한 멜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흥행 실패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밖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를 낳았던 저주의 음악 '글루미 썬데이'에 얽힌 실화를 모티프로 가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글루미 선데이>는 평론가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약 8천5백 명의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처럼 지독한 불황기를 통과하고 있는 국내 극장가에 한 가닥 희망은 물론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이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서울에서만 197만 명, 전국 4백만 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며, 10월26일 드디어 서울 2백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JSA'의 제작사인 명필름 측은 10월26일, 서울 2백만 관객 돌파 기념 파티를 준비중이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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