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삼장법사가 실존 인물이었던 현장을 모델로 했다면, 손오공은 누구를 모델로 했던 걸까요?
-그래, 재미있는 질문이구나.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지는 않았을테니까. 중국 고대신화에 보면 무지기(無支祁)라는 물귀신이 나온단다. 전하는 바로는 그 괴물이 원숭이를 닮았었대. 이마가 넓고 코가 납작하며 부리부리한 눈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지. 힘이 세고 행동이 민첩했어. 그는 후에 우(禹)에게 붙잡혀 회음(淮陰)의 거북산 밑에 갇혔단다. 일부 학자들은 이 무지지가 바로 손오공의 원형일 것이라고 추측한단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이야기'의 두번째권인데, 명대에 지어졌다는 4대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에 대해 할아버지와 손자가 묻고 답하는 내용으로 옛 중국 고전을 대화체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재미있겠죠.
중국의 고전을 딱딱한 서술형식의 글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구어체로 표현, 독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게 만들어 놓았어요.
그렇다고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책이 아닌 이 책은 교양서이자 한권의 훌륭한 중국문학서입니다. 각 시대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조손(祖孫)이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또 한가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사진과 함께 보충설명도 해줍니다.
서양의 유명한 사상가 러셀은 20세기에 서양이 동양의 우위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때문이었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찬란한 문화를 지닌 동양이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인 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많은 서양인들이 '고급'의 동양사상과 문화를 주목하고 열심히 배우려는 지금,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장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너무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동안 소홀히 한 것이 아닐까요?
바로 여기에 잃었던 것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을 도와 줄 '새천년을 여는 삼천년의 지혜'란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고전이야기'냐구요. 왜 하필 '중국'일까요? 한국의 고전을 읽기에도 시간이 없고 어려운 데 말이에요. 그러나 '중국의 고전'은 '중국'의 것이 아닙니다. 고대 중국 대륙의 문화는 한족(漢族)만의, 현대 중국만의 문화가 결코 아니랍니다.그것은 여러 민족의 문화적 특성이 내화된 종합문화이자 거대문화로 동양적인 것이자 우리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자! 지금부터 살아있는 역사속의 인물과 문학을 만나보세요. 송대 명판관 포청천, 삼국지의 백미인 적벽대전의 공명과 주유, 수호전의 송강과 무송을….
최민<동아닷컴 기자>mogu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