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사는 나라. 과연 ‘피터팬’ 속 동화에 불과할까?
에스파니아의 오렌세란 지역에 어린이 공화국이 실재한다. ‘벤포스타’로 불리는 이곳에 인종과 종교가 다른 세계 어린이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작은 국가를 이루고 있다.
UN 같은 국제기구가 인정하지는 않지만 국가로서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주민 총회라는 의결기구가 있고, 독자적인 법과 화폐를 갖고 있다. 국가 살림은 서커스단과 주유소, 공장 등을 운영해 충당한다. 미국, 일본, 콜럼비아 등 세계 각지에 지부도 뒀다.
아이들의 자치는 가능한 것인가? 궁금증을 풀기위해 독일에서 어린이 극장을 운영하는 저자가 1972년 이곳을 찾았다. 마을 곳곳을 살피면서 그가 발견한 것은 아이들의 치기어린 소꿉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어른들이 꿈꿔온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였다.
‘벤포스타’의 모든 것은 실험적이다. 모든 주민은 수업료를 내는 대신 돈을 받고 공부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라 공화국의 필요에 의해 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은 일하지 않고 공짜밥을 먹지 못한다. 모든 것은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보여주는 자율과 공생의 시민의식은 어른보다 성숙하다. 쉽게 믿기지 않겠지만 이 국가는 44년이 지난 지금까지 평화롭게 번영하고 있다. 전세계 대안 교육자들이 이곳을 주목하는 것은 인류의 유토피아가 여기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