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는 큰소리치는 왕자 공주이지만 밖에 나가면 말문을 닫아버린다. 친구들 앞에서 율동이라도 시키면 얼굴이 먼저 새빨개져 손가락만 까딱이다 들어온다. 유난히 부끄럼을 타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 컴퓨터나 TV앞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일까.
책의 주인공 이자벨이 그렇다. 파티가 다가오자 고민에 싸인다.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이자벨의 예쁜 강아지 스크루프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개 상’도 받은 적이 있는 멋진 개지만, 옆집 캐롤네 사납게 생긴 렉스만 보면 주눅이 든다. 렉스는 달을 보고 우렁차게 짖는데, 스크루프는 두둥실 뜬 달만 보면 숨어버린다.
‘파티가 열리는 날, 몸이라도 아파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지, 아프기를 바란다고 그대로 되지는 않잖아?’
이자벨은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마침내 파티날, 보름달이 밝다.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 ‘또 목소리가 안나오면 어쩌나.’ 그런데 무슨 소리지? 스크루프가 달을 보고 용감하게 짖고 있잖아?
어린이가 사회적 관계를 갖게 되면서 겪는 정서적 문제를 풀어낸 ‘감성동화 시리즈’ 세 번째편. 교육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어린이의 문제를 재미있는 동화로 풀어내고 책 뒤에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주는 상세한 도움을 덧붙였다.
“부끄러움은 주로 아이의 열등감에서 비롯되지만, 실제로 대수롭지 않은 결함을 확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아이에게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요할 때도 비정상적인 부끄러움에 휩싸일 수 있다.”
저자는 현실 세계에서 도피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안되며,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과 활발한 관계를 맺으면 부끄러움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을 아이에게 일깨워주도록 조언한다.
시리즈 1권 ‘거짓말쟁이 수잔’(거짓말편), 2권 ‘바다의 친구들’(우정편)도 출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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