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컴퓨터 공부방 붐…PC방에 독서실기능 합쳐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컴퓨터를 갖고 놀면서 공부도 하니 재미있어요.”

PC방과 독서실을 합쳐 놓은 듯한 ‘컴퓨터 공부방’에서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로 영어공부를 하던 초등학교 6학년 민병관군(12). 그는 석 달 전 새로 생긴 서울 동작구 사당5동 LG아파트 상가 2층의 한 공부방을 매일 찾고 있다. 9평 남짓한 이 공부방은 한쪽에 컴퓨터 6대와 프린터, 또 다른 쪽에는 긴 책상 2개와 의자 6개가 놓여진 칸막이 자습실로 꾸며져 있다.

컴퓨터 공부방에서 학생들은 대개 처음 한 시간 동안에는 컴퓨터에 저장된 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 수학 한자 등을 배우고, 그 다음 한 시간 동안은 인터넷과 PC통신으로 학교 숙제를 풀고 답을 맞춰보며 복습한다. 감독자가 있어 게임은 1주일에 30분 가량밖에 하지 못하고 음란물은 아예 볼 수 없다는 게 PC방과의 큰 차이점이다.

최근 이같은 컴퓨터 공부방이 주택가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깨비교실’ ‘배움터’ 등의 이름으로 3∼4개 업체가 2년 전부터 체인점 형태로 운영하는 컴퓨터 공부방은 서울만 해도 60여 곳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400여 곳. 이용료는 한 달에 10만원 안팎이다. 주부들이 창업해 자신의 집에 컴퓨터 공부방을 만들기도 하고 보습 및 속셈학원이나 PC방에서 컴퓨터 공부방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1년 가량 PC방 2곳을 운영하다 두 달 전 컴퓨터 공부방으로 전환한 김모씨(39)는 “24시간 문을 여는 PC방에 비해 오후에 6시간 정도만 여니까 일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은 아직 컴퓨터를 통한 학습방식이 낯설어 보다 적응이 빠른 초등학생들이 주고객층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오락 매체로 인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습효과와 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공부방에 보내고 있는 주부 장영희씨(경기 의정부시 신곡동)는 “컴퓨터로 공부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럽지만 아들이 흥미를 느껴 열심히 다니니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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