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엄정화(30)는 28일밤 케이블 음악채널 KMTV ‘쇼 뮤직탱크’ 녹화가 끝나자마자 과로로 입원했다. 가수들에게 흔한 ‘새음반 스트레스 증후군’이다. 가수들은 새음반을 발표할 무렵이면 몸살을 앓는다. 특히 톱스타일수록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더 심하다. 엄정화는 31일부터는 정상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속사 아이스타뮤직이 밝혔다.
1년만에 내놓은 새음반(6집)은 발표 전부터 기대를 가득 모았다. 여가수들에게 인색한 음반유통업계의 선주문이 30여만장. 90년대 한국 ‘섹시 우먼’의 계보를 이끌고 있는 그에 대한 기대가 큰 덕분이다. 특히 조성모 서태지 ‘H.O.T.’ 등 9월초 시작된 ‘빅3’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음반계의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바람이 엄정화에게로 몰렸다. 엄정화가 음반발표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한 것도 이 때문.
머릿곡은 ‘이스케이프(Escape·탈출)’. 유럽의 테크노와 남미의 탱고 리듬을 접목시킨 신나는 댄스곡이지만 정작 가사는 처량하다. 엄정화는 “남성에게서 버림받은 여성이 슬픔을 정리하는 노래”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가사는 요즘 세태와 상반될만큼 ‘구식’이다. ‘가버려’라고 말하는 김현정이나 ‘성인식으로 초대’하는 박지윤과는 딴판인 셈이다.
이 노래를 작곡 작사 편곡한 주영훈은 “김현정은 내지르는 파워가 있는 반면 엄정화는 목소리와 노래할 때의 중간 호흡에 슬픔이 배어 있다”며 “‘이스케이프’는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엄정화표 댄스곡”이라고 말한다. 주영훈은 엄정화에게 섹시 우먼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준 노래 ‘배반의 장미’‘페스티벌’‘포이즌’을 만든 이다.
음반 전체의 컨셉트는 ‘여왕’이다. 음반 타이틀도 ‘퀸 오브 카리스마(카리스마의 여왕)’이라고 지었다. 엄정화는 “여왕만큼 여유있고 당당하게 나의 섹시 카리스마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음반 재킷에는 남성의 턱을 손가락 하나로 쳐올리는 콧대높은 엄정화의 사진도 들어 있고 ‘여왕’의 몸매를 한껏 과시하는 것도 여러 장이다. 엄정화는 음반을 발표할 무렵이면 다이어트 등 특별 몸매 관리에 들어간다고.
음반과 뮤직비디오에 들어간 돈은 4억원을 웃돈다. 음반 재킷 사진을 위해 영국에서 현지 남성 모델과 촬영한 비용만해도 1억원이고 뮤직비디오에도 1억5000만원을 쏟았다. 존 갈리아노 샤넬 등 고가 브랜드 의상만 빌려 입었다. 음반 수록곡을 작곡 또는 작사한 이들도 이승호 윤일상 김조한 강은경 이경섭 조규만 이승환 등 호화 멤버다. 소속사는 “인터넷 음악 시대에 팬들에게 음반을 소장하고픈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음반의 겉과 속을 알차게 만들었다”고.
엄정화는 2일 KBS 2TV ‘뮤직 뱅크’에서 컴백 스페셜을 갖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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