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개통]서해대교 경계싸고 경기-충청도 '땅' 싸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18분


‘어디서부터 경기도, 충청도?’

서해대교에는 도(道) 경계가 없다. 충청남도와 경기도를 잇는 다리인 까닭에 다리 어디쯤엔가 도 경계 표지판이 있어야 하지만 찾아볼 수 없다. 충남도와 경기도 사이의 ‘영토분쟁’ 때문이다.

분쟁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서 서해대교 주탑 아래 제방부분을 매립하면서 시작됐다. 바다 위에 생긴 이 땅에 대해 평택시는 평택항의 연장부분으로 당연히 평택시의 땅이라는 입장이다. 평택시는 98년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 572번지로 시 토지대장에 등재를 했다.

99년 뒤늦게 이를 안 충남 당진군은 99년 12월 “당초 수심이 가장 깊은 부분이 도 경계이며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서해대교 주탑 아래 매립지는 충청도 땅”이라며 해당 토지에 대해 충남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976번지로 군 토지대장을 작성했다.

다리 개통을 앞두고 도 경계 표지판 설치가 필요해지면서 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진군의 토지대장 등재에 대해 평택시는 올초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며 땅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당진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며 맞섰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올 11월 열릴 예정이며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분쟁의 대상이 된 토지 면적은 3만2834㎡. 앞으로 평택항에 부두와 제방이 추가로 건설되면 분쟁이 될 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해대교가 바다로 끊어진 충남과 경기를 잇는 동시에 분쟁도 낳은 형국. 당분간 도 경계 표지판이 없는 서해대교를 건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평택·당진〓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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