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터넷 기업은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는가? 코스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벤처 열풍이 불었던 서울밸리에는 찬바람만 씽씽 분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닷컴 위기'에 대해 얘기하고 인터넷 기업들이 인원 감축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철지난 영화 포스터처럼 좋았던 옛 시절의 꿈으로 남는 것 아닐까 ?
이런 물음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은 단호히 '아니다'다. 앤더슨 컨설팅에서 일하는 저자들은 풍부한 현장자료, 통계, 다양한 표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가 아직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현실이라는 '혼돈의 세계를 체계화하고 지름길로 안내' 해준다.
저자들의 주장이 적용되는 것은 '주식회사 일본'. 이 책은 일본이라는 특수성에 맞추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과거 20년간 일본 기업들이 국내경기 후퇴, 미국 시장의 성장력 둔화 등의 위기에 대응해 사업을 합리화하고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고, 명예퇴직 등의 수단으로 위기를 넘겨왔지만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한 키워드는 'e-기업' 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들은 일본 기업이 금융, 통신, 제약 등의 사업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없지만 일본이 경쟁력을 가진 특정 제조업-소니, 도요타 자동차 등에서 'e 기업'을 통해 기업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기업혁신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융합을 통한 가치 네트워크의 구성. 종래에 기업이나 업무부문이 일직선형태로 연결되어 제품에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을 '가치 사슬'이라고 한다면 강자들만이 살아 남아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가치 네트워크라 한다. “가치 네트워크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은 특별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부분, 또는 비용면에서 가장 효율성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 뿐”이라는 것이다.
가치 네트워크로 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면, 그 다음 단계는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의 도입. 기존 업무 중 어떤 부분을 사이버공간으로 옮길 것인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생산과 유통과는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앤더슨 컨설팅의 컨설턴트인 저자들은 '100% 온라인' 프로세스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과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결합시키느냐 하는게 저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이다.
새 업무 프로세스에는 최근 우리 인터넷기업들의 화두가 되어 있는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이 특히 강조된다. CRM에서는 기존 채널과 인터넷과의 효율적인 결합, 데이터 웨어하우스-데이터 마이닝-얼러트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퍼스널라이제이션,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다.
이 책은 이밖에도 공급망 관리, 제품 개발, 경영관리 등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행해졌던 경영업무를 어떻게 인터넷과 결합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해 준다.
이 책은 풍부한 자료, 알기 쉬운 그림과 표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식회사 일본'을 고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들의 주장이 한국 상황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사업의 '전망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이 인터넷 사업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 벤처 업계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때 늦은 감도 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 'e 기업에의 도전' 이라는 제목부터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일본 번역투가 난무한다. 본문에서도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말들이 나오고, 영어도 많이 사용된다. 번역자가 역주를 많이 달았음에도 불구, 낯선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