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르셀로나 포르노 영화제 참관기

  • 입력 2000년 11월 2일 17시 33분


충격적 라이브 섹스…‘性의 천국’을 가다

-릴레이 성교·뱀쇼·불쇼 등 섹스의 모든 것 한자리에

포르노 스타가 남성 팬들을 불러내 수많은 대중 앞에서 즉흥적인 섹스를 펼친다. 흰머리가 성성한 노부부는 정겹게 섹스용품을 둘러본다. 달아오른 열기를 참지 못한 젊은 커플은 곳곳에서 진한 키스와 스킨십을 즐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매우 음란한 행사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올해 8회째를 맞은 ‘바르셀로나 인터내셔널 어덜트 필름 페스티벌 2000’(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5만여명의 관람객이 참가, 유럽 최대의 섹스축제이자 세계 성인영화인들의 잔치임을 과시했다.

영화제 운영위원 나탈리아 킴(26)은 “관람객 수가 작년의 3만5000여명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은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4일부터 5일간 펼쳐진 이번 영화제에 국내 성인 웹진 AV뉴스(www.av-news.com)가 국내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다녀왔다.

■5일간 5만여명 관람

개막식 날 찾은 박람회장은 그 규모에서부터 유럽 최대의 포르노 영화제다웠다. 바르셀로나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박람회장 라파르가(La Parga)는 한국의 무역전시장에 비견할 만했다. 수많은 포르노영화 제작사와 섹스용품회사 등이 화려한 부스를 박람회장 곳곳에 꾸며놓고 있었다.

모든 관람객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청원경찰의 삼엄한 몸수색을 받았다. 공항 검색대보다 더 심한 느낌이었다. 영화제 운영위원 나탈리아 킴에게 이유를 묻자 ‘영화제 행사에 참가한 배우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해 주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아닌 바에야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행사장에 들어서자 곧 풀렸다.

곳곳에 세워진 대형 무대, 그리고 그 위에서 귀를 찢는 듯한 음악에 맞춰 뜨거운 몸짓을 해대는 포르노 배우들.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향해 몰려든 수많은 팬들의 모습은 국내 유명가수 콘서트에서나 봄직한 것이었다.

이 영화제는 4일간의 식전행사와 하룻밤을 꼬박 새워가며 진행되는 시상식순으로 진행됐다. 4일 동안 열린 식전행사는 한마디로 섹스박람회이자 1년 동안 포르노 영화에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서비스였다.

포르노영화 제작사들은 팬들에게 보다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독특한 이벤트를 수없이 쏟아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여성 포르노 배우가 직접 무대에 올라 스트립 댄스와 라이브 섹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즉석에서 남성 팬을 선택해 무대로 이끌기도 했다. 또 쇼가 절정에 이르면 온몸에 물을 쏟아 붓거나 우유, 오일 등을 바르기도 했다.

심지어 식전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릴레이 섹스’까지 선보였다. 이외에도 뱀쇼, 불쇼, 진흙 레슬링 등 우리에게 낯익은 소품들이 등장한 쇼도 빠지지 않았다. 마치 섹스에 대해 꿈꿀 수 있는 모든 환상이 현실 속에 재연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너무한다 싶은 장면임에도 그것을 목격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만족스러워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포르노 문화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단적으로 유럽 출신의 에로영화 거장인 틴토 브라스나 비가스 루나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포르노가 마치 할리우드처럼 화려하고 도식적이라면 유럽의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의 에로영화나 포르노는 수간(獸姦)이나 변태적인 성행위가 가득한 극단적 하드코어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술성과 사회성이 결합된 작품 등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팬들을 대상으로 한 포르노 축제도 그와 같은 개성이 뚜렷하게 대비됐다. 미국의 포르노 박람회가 스타급 포르노 스타들의 마케팅을 위한 행사라면,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는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행사였다.

미국에서는 어떤 포르노 행사에서든 공개적이고 즉흥적인 섹스 쇼를 하지는 않는다. 또한 포르노 배우들이 성기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는 상상이나 영화 속의 성적 행위를 무대 안팎에서 그대로 재연해냈다. 영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포르노 배우들이 실제 섹스를 하고 사정을 하는 과정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요즘말로 엽기적이고 역겨운 장면들이 5일 동안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포르노 반대 시위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는 8년 동안 계속돼 오면서 시민들에게 성인들만을 위한 하나의 축제로 확고하게 인식돼 있었다. 그것은 행사기간 내내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나 연인들이 함께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라이브 섹스 쇼를 감상하고 섹스용품이나 포르노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했다.

■유럽 성인산업업체 대부분 참가

영화제의 본 행사인 시상식은 10월7일 밤 바르셀로나 상트 호텔에서 밤 11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팬들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여배우들은 어느새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고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후보에 오른 여배우들은 매우 상기된 표정이었고 영화제 관계자들은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올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에는 스페인은 물론 독일,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동참해 명실공히 국제영화제로 자리를 굳혔다. 영화제에 참석한 업체만 해도 25개사. 여기엔 IFG, 세레나 등 유럽 최대의 포르노 제작사와 온라인 게임 ‘툼 레이더’의 여주인공 ‘라라’를 패러디해 유명해진 파필론 등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포르노사이트, 섹스용품 판매업체, 카지노사이트 등과 비공식 협찬사들까지 합하면 유럽의 거의 모든 성인산업이 동참한 셈이었다.

이번 영화제를 5년째 취재해왔다는 일본의 프리랜서 아키히코 모모이(43)는 “미국과 유럽의 포르노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라면서 “유럽이 그동안 취약했던 인터넷 포르노나 DVD 등에 주력하기 시작한 점도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시상식장의 꽃은 여배우였다. 세계적인 포르노 스타 실비아 세인트, 소피 에반스 등 외에도 한국인의 눈에 익은 줄리아 테일러, 타발일라 그리핀 등이 눈길을 끌었다. 새라 베넷이나 베티나 캠벨의 미모도 포르노 배우라고 보기엔 너무나 눈부실 정도였다.

이번 영화제는 22개 부문에 걸쳐 시상이 이뤄졌다. 일반 영화제와 같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문은 작품상과 여우-남우주연상이었다. 그러나 포르노영화제의 특성에 걸맞은 베스트 섹스신, 베스트 레즈비언신 등도 눈길을 끌었다.

새천년의 시작을 빛낼 포르노의 여왕인 여우주연상은 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닌 흑발 미녀 로라 에인절이 차지했다. 그녀는 포르노 배우들도 기피하는 ‘하드코어’ 연기를 적극적으로 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로라 에인절은 “가족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 그동안 나를 도와준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포르노 스타 등극을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사고방식은 한국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성은 문화다. 섹스는 밥을 먹는 것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다.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영화제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영화제가 열리는 거리 양편으로 포스터가 그려진 대형 깃발들이 길게 펄럭이는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명구(AV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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