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SBS ‘생방송 인기가요’의 스튜디오. 최근 3집을 발표한 ‘god’의 컴백 무대에 3000여 팬들이 몰리자 경찰이 출동했다. 매니저 김모씨조차 “‘H.O.T.’가 또 나왔나”고 말할 정도였다.
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녹화한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게릴라 콘서트’(12일 방영 예정)에 관객 1만2000명이 모였다. ‘거짓말’을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3집은 나흘만에 60만장이 나갔고 소속사 싸이더스는 6일 20만장을 더 배급했다.
더 놀라운 뉴스는 팬들이 불법 음반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 팬클럽 ‘fangod’는 사서함을 통해 “god 오빠들을 위해 불법 음반을 파는 것을 보면 경찰에 고발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팬클럽이 불법 음반을 ‘적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열기는 이전보다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에 가장 놀라는 것은 ‘god’ 멤머들이다. 리더 박준형은 “새 음반에 대한 예감이 좋았지만 팬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소름’끼치도록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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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의 특징은 아날로그 정서의 대변자라는 점. 이들은 디지털이 화두인 21세기초 트렌드를 거슬러 가족이나 휴머니즘, 지고지순한 사랑 등을 노래하고 있다. 화려한 스타일이나 공격적인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 박준형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만한 일을 노래한다”며 “그러다보니 촌스럽다는 이야기도 듣는다”고 말한다.
팬들은 ‘god’를 보면 ‘자장면’ ‘재민이’ ‘촌티패션’ 등을 떠올린다. 히트곡 ‘어머님께’에 나오는 자장면은 가난한 집안의 모정을 잘 보여준다. ‘재민이’는 MBC의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서 이들이 11개월째 키우는 아이다. ‘촌티패션’은 ‘공짜 아저씨’ 김상경씨와 함께 나온 휴대폰 CF에 나오는 스타일이다.
이번 머릿곡 ‘거짓말’의 가사도 촌스럽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게 주제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한다.
힙합곡 ‘촛불잔치’는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 ‘god’의 이미지를 압축하는 노래의 연장선이다. 불우한 이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호소한다. ‘…촛불 하나 켜면 달라지는 게 너무 많아/…다른 초 하나 있어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이 다시 세 개가 네 개가 되고…’
‘god’는 지난해 초 데뷔 당시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박진영표 댄스그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씻고 정제된 멜로디와 따스한 감성을 지닌 댄스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3집 활동이 끝날 무렵 콘서트를 통해 우리의 모든 것을 완벽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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