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7집 '날 닮은 너' 낸 임창정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7분


임창정은 올 가을 내내 은행 강도와 발라드 가수 사이를 오갔다. 하루 스케줄이 12월 개봉할 영화 ‘자카르타’ 촬영, 스튜디오에서 7집 녹음 등 딱 두가지. 그는 영화 촬영장에서 갱이 됐다가 불과 몇시간 뒤에는 타이틀곡이자 애절한 발라드 ‘날 닮은 너’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돌변’했다.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빼어나서가 아니라 음반과 영화를 동시에 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감정의 돌변’이 어렵지 않아요.”

솔직함은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웬만하면 인터뷰 자리에서 ‘겉치레’로 연기와 음악론을 펼칠텐데 무덤덤하다. 사실 방송가에서도 그는 늘 웃고 구김살없는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다.

‘날 닮은 너’는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은 애절한 발라드다. 특히 고음 부분은 임창정이 자기 목소리의 최대 음역을 시험하는 듯했다. 임창정은 “가성이 아니라 진성(眞聲)으로 보통 때는 나도 잘 못내는 소리”라고 말한다.

가사는 직접 썼다. 수년전의 방황하던 자신과 비슷한 여자에게 옆에서 지켜주겠다고 고백하는 이야기다. 그는 “작사는 인간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감정의 응어리를 꺼집어내야 진솔하게 들린다”고 말해 자신의 체험인 듯.

임창정은 ‘가수’라는 타이틀에 대해 “내가 과연 노래를 잘하나”라며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주위에서도 “임창정의 음반이 매번 수십만장 나가는 이유가 수수께끼”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새음반은 그 미스테리를 말끔히 해소시켜준다. 임창정은 리듬앤블루스, 재즈풍이나 고스펠풍의 발라드, 기승전결이 뚜렷한 발라드 등 다양한 노래를 호소력짙게 부르고 있다. 특히 늦가을 깊은 밤 그의 음반을 들어보면 그가 이번에 가수로서의 자존심을 걸었다는 사실이 느낄 수 있다. “모르고 들으면 임창정이 불렀다고 여기지 못할만큼 창법과 곡해석이 바뀌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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