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은 윤중식 화백을 감성의 작가, 색채의 작가로 자림매김한다. 대담한 색상과 강렬한 터치로 향토적 정취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에서는 마티스와 피카소의 기운 같은 것도 느껴진다.
소재나 방법면에서 일관된 톤을 유지해 온데다 초기작부터 최근까지 그린 작품 중 40점만을 엄선해 전시장에 내놓아 어느 한 점도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는다. 그가 일평생 가장 많이 사용한 붉은색과 녹색은 겉으로는 한없이 나약해보이면서도 속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깐깐한 그의 외면과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1.4 후퇴 때 노모를 두고 남으로 피난하면서 사리원 근처에서 아내와 딸을 놓쳐 이제껏 상봉하지 못한 회한 같은 것도 담겨있을 것이다.
지금도 서울 성북동 산꼭대기 집에서 하루종일 FM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한다. 하루 두끼만 먹을 정도로 지내면서도 82년 개인전에서 적잖은 수익금이 생기자 이를 통째로 자신과 인연이 깊은 숭실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다. 그가 몹시 흡족해 한 230페이지 분량의 화집에는 210점의 대표작과 사진 자료가 수록돼 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