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만도 45억원이나 투입된 이 영화는 미니어처를 가급적 배제하고 대부분 실제건물을 불태우며 찍어 생생한 리얼리티를 잘 살려냈다는 것이 최고의 강점으로 꼽힌다. 넘실대는 `화마'(火魔)가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스펙터클에다 최민수, 유지태, 차승원, 박상면, 김규리, 김수로, 정준, 이호재 등 인기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연기력을 자랑했는가 하면 `불 영화'에 필수조건인 특수효과도 디테일하게 처리돼 영화의 뼈대를 한층 튼실하게 했다.
여기에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심지어 엽기까지 곁들여 놓은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지능적인 대형 방화범과 소방대원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다.
먼저 항공촬영으로 화마가 덮치기 전의 해변도시를 담아낸 오프닝 신부터 국내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이채로운 영상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소년범으로 수감됐다 12년의 형기를 마친 희수(차승원)가 가석방돼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교도소 보일러실이 폭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내 곳곳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다.
꼬리를 무는 대형화재에 도시 전역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단순 화재'로 몰아가려는 경찰과 달리 화재조사원 민성(김규리)은 방화라는 심증을 굳힌다. 소방관 상우(최민수)도 현장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화재현장을 서성이는 희수를 발견하고 그의 과거 경력을 캐기 시작한다.
이런 소방대원들의 반대편에 정체를 드러낸 방화범을 내세워놓고 그가 불을 지른 뒤 왜 야릇한 미소를 짓는지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라인이 때로는 엽기적이고 때로는 스펙터클한 영상과 조화를 이뤄 재미를 더해준다.
이 영화는 `부산의 영상도시화'를 표방하고 설립된 부산영상위원회의 첫번째 지원작. 실제 불을 지른 재건축대상 아파트, 2백여평 규모의 주유소 세트를 건립한 수영만 요트 경기장, 병원화재 장면을 찍은 부산시 종합병원, 소방차량 및 소방대원,소방헬기 등 엄청난 물량과 시설이 동원된 것도 그 덕택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종교음악계의 거장 가브리엘 포레가 작곡한 레퀴엠 `리베라메'가 메인 테마곡으로 중간 중간 삽입돼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지난 96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진출한「유리」의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양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부산시소방본부로부터 명예소방관으로 위촉되기도 했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후 내리 9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영화는 같은날 개봉하는 강제규 필름의 「단적비연수」와 치열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흥행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향후 흥행추이에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베라 메」도 「단적비연수」와 마찬가지로 2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제작 드림써치. 11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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