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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생명체다. 저마다 표정이 있다. 초가집의 수줍음, 한옥의 다소곳함, 아파트의 무뚝뚝함…. 사는 이의 마음은 집을 닮는다.
‘건축의 바다’ 시리즈는 흔한 읽을거리나 볼거리가 아니다. 각박하게 살면서 잊어버린 우리들의 표정에 대한 생각거리다. 첫 네권은 도시와 교외의 온기가 담긴 개인주택을 소개한다. 젊은 건축가들이 제안하는 ‘살기좋은 집’의 가능성이 담겼다.
각 권의 제목은 집의 이름이다. 길과 집이 둘이 아닌 개방적 다가구주택 ‘가가불이’(1권), 대담한 수평 수직구조가 이채로운 ‘멀티박스 하우스’(2권), 작은 땅에 마당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임거당’(3권), 단순미가 담긴 전통적인 공간의 평상심을 담은 ‘평심정’(4권)이 먼저 나왔다. 길지 않은 건축가의 서문, 책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세세한 계획도면, 작품 수준으로 공들인 건축사진, 그리고 평론가의 해설이 실렸다.
이 총서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 땅에 힘겹게 발붙힌 집 한 채를 책 한 권에 담는 의욕적인 시도다. ‘바다(BADA)’란 이름은 ‘최고 건축 디자인 앨범(Best Architectural Dssign Album)’의 약자이면서, 좋은 집들이 바다처럼 넘실대는 새로운 생명공간에 대한 바람의 표현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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