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네안데르탈인 지하철타다'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38분


■ 네안데르탈인 지하철 타다 / 애덤 쿠퍼 지음 유명기 옮김 / 380쪽 1만2000원 한길사

“소녀는 소년을 싫어합니다. 얼마 뒤 소녀는 소년과 결혼합니다. 세계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우리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만든 광고문안이다. 이런 문구에 참견하고 나서는 부류도 있다. 바로 인류학자다.

“정말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가? 사춘기 소년 소녀가 구별이나 적대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화권도 있지 않은가? 결혼도 인류보편의 제도는 아니지 않은가? 또 하나 묻겠다. 위에서 본 소녀의 행위모델은 본능에 의한 것인가, 전승된 관습에 의한 것인가?”

답은 둘 다가 아닐까. 이성에게 끌리는 마음과 결혼이라는 제도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광고에서 볼 수 있는 결혼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학에 있어서 ‘생물학적 이론’과 ‘문화론적 이론’은 너무 오래동안 대화를 피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가지 큰 줄기로 흘러온 인류학의 성과들을 차례로 섭렵한 뒤, 양쪽의 교류와 총합을 촉구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네안데르탈인에게 교육을 시켜보았자 지하철을 탄 현대인과 같을 수 없고, 현생인류도 풍요한 문화적 영향속에 교육받지 않는다면 네안데르탈인과 다를 바 없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나는 여우의 책을 썼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책은 다위니즘의 출발에서부터 인류의 맬서스론적 전망까지 넓은 분야를 돌아보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90년대 들어 우리 지식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 두 가지 책이 ‘경계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점이다.

‘문화의 수수께기’로 유명한 해리스는 “괴상한 규칙과 관습마저 공리주의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확신할 만한 근거가 없기 일쑤”라고 공격받는다. 인도의 소 숭배에 대해 해리스는 ‘우유와 연료인 쇠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라고 설명하지만, 인도의 회교도는 왜 소를 죽이면서도 잘 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이기적인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보편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공격을 받는다. 유전자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은 하위동물에서나 설명가능한 개념이며, 수많은 원인과 동기가 얽혀있는 현대의 복잡다단한 문화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는 이유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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