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카인은 육체적, 정신적 학대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갈구하지만, 아버지는 13세이던 그를 살해하려 든다. 살기 위해 아버지에게 독을 쓸 수 밖에 없던 카인을 향해 아버지는 차갑고 잔인한 웃음을 보이며 사라져버리고 .. 그 후 집사 리프와 이복여동생 마리웨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카인이 얽혀 드는 사건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순정만화로는 드물게 서스펜스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는 <백작 카인> 시리즈는 악마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등장 인물들간의 사랑과 갈등이 매번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카인이 풀어나가는 형식. 음독자살, 독살, 투신자살, 교살 등 죽음의 가학적 형태와 근친상간, 사디즘, 동성애 등의 과격한 주제들이 무섭도록 예쁜 그림체에 녹아 있는 수작이다. 차갑고 오만해 보이지만,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는 카인이 사소한 실마리로 범인의 심리를 읽어내고 추리해내는 과정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백작 카인 시리즈>는 <천사 금렵구>로 널리 알려진 작가 유키 카오리(由貴香織里)의 초기작품으로 그녀의 작품세계관을 완성지은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일본에서 90년부터 단편형식으로 꾸준히 발표되어 오다가 다섯번째 단행본 <붉은 양의 각인-2> 이후 연재가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지난 95~96년에 걸쳐 다섯 권이 모두 발매되었다가 잔혹한 장면들로 인해 심의에서 판매금지조치를 받았다. 때문에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희귀본으로 이름 높았으나, 최근 만화 단행본 재간붐을 타고 <잊혀진 줄리엣 - 백작 카인 시리즈 1>가 재 발간된 것.
대원출판사의 단행본팀 강우식 팀장은 "95년 발간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지만 판매금지 조치를 받아 아쉬움이 컸고, 독자들로부터의 재출간 요청이 쇄도하였다. <천사 금렵구>를 무삭제로 발간하여 큰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키 카오리의 작품을 온전한 모습으로 더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다행히 1권의 반응이 좋고, 내년 2월까지 다섯 권이 모두 깔끔한 모습으로 재 발행될 예정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강팀장은 절판되어 독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닥터 스크루> <내사랑 앨리스> 의 재발간 계획도 동아닷컴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해 주었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