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집 ‘노티 디바(장난꾸러기 디바)’를 내놓은 ‘디바’는 패션이 기존 여성 그룹과 차별화된다. 세련되고 귀여운 느낌보다 찢어진 청바지나 가죽 브래지어, 원색의 짧은 티셔츠 등 거칠고 부조화스러운 복장이다. “뒷골목 패션같다”는 말도 듣는다. 소속사 A&B 엔터프라이즈측은 “여가수에 대한 고정 관념을 희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음반에 담긴 17곡의 수록곡도 ‘B급’의 요소가 많다. 머릿곡 ‘업 앤 다운(Up and Down)’은 인생의 굴곡을 비유했지만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분당 박자수(BPM)를 178에 맞춘 ‘디바’의 ‘업 앤 다운’ 랩이 신날 뿐이다. ‘디바’도 “인생에서 업 또는 다운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튠 시스터스’는 노래가 아니라 멤버들과 개그맨 조영구가 함께 벌이는 어설픈 개그다. 이를 음반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B급 문화적이다. ‘디바’는 여기서 가창력없는 가수들이 불안정한 음정을 자동으로 보완해주는 ‘오토 튠’ 시스템으로 음반을 내는 것을 조롱하고 있다.
‘디바’는 또 영화 ‘택시’의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디바 디바 디바’에서 폭주족과 어울린다. “디바 디바 디바”라고 외치는 모양이 앙징맞다. ‘데스티니 나잇(Destiny Night)’은 나이트 클럽으로 가기 직전, 설레는 여성의 심리가 묘사돼 있고 ‘폰’에서 멤버들이 전화로 2, 3분간 수다를 떠는 것도 유치한것 같지만 묘한 정감을 자아낸다.
그룹 ‘듀크’는 새음반 2집에서 70년대 유행한 디스코나 허슬, 나팔바지와 ‘땡땡이’ 무늬의 목도리 등을 들고 나왔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아예 60년대에 유행한 허름한 남방 차림이다. ‘듀크’는 “B급이라는 거창한 말은 모르지만 뭐든 고급으로만 포장하려는 요즘 가요계에서 ‘싸구려 정서’를 대변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머릿곡 ‘파티 투나잇(Party Tonight)’는 아예 “…여기 모인 파티 날라리 날따라 춤을 춰요…”라고 노래한다. 두 멤버 김지훈 김석민은 신나게 ‘막춤’을 추어댄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가창력있는 여가수 김태영이 코러스로 참가해 부조화의 재미를 더해 준다. ‘듀크’는 “이 노래는 20번이나 다시 작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수록곡 ‘오 링 맨(O―ring Man)에서는 두 멤버가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유치한 대화와 무성영화의 변사 흉내가 특히 흥미롭다.
‘디바’나 ‘듀크’의 B급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 ‘듀크’는 그러나 “방송에서 강요되는 고급스런 이미지가 어색했다”며 “B급 문화적 접근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 팬들의 판단을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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