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에서 출토된 청동기 거푸집은 주로 활석(곱돌)제다. 활석은 표면이 매끄러워 주조물 표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고운무늬거울처럼 대단히 정교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활석으로도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정교한 조각이 가능한 진흙제 거푸집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같은 가정 아래 제작 과정을 추론해 보자. 먼저 밀랍(꿀찌꺼기에 송진을 섞은 것)으로 거울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선을 정교하게 양각으로 새긴다. 여기에 고운 진흙을 덮어 말린다. 그 다음 열을 가하면 밀랍이 녹아서 빠져 나오고 진흙 내부엔 만들고자 하는 형태와 선무늬(음각)가 남게 된다. 이것이 진흙 거푸집이다. 여기에 쇳물을 붓고 그게 굳고 나면 진흙 거푸집을 부순다. 청동거울 표면엔 양각 무늬가 남게 된다. 진흙이 마르면서 옴츠러들게 되면 선이 더욱 정교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해도 주조의 특성상 고운무늬거울처럼 정교한 선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고운무늬거울의 거푸집이나 흙으로 만든 거푸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