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중국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선계전 봉신연의>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0시 38분


기원전 11세기 초엽, 도사상왕조(은나라)의 황제 주왕은 문무를 겸비한 명군으로 칭송받고 있었다. 그러나 절세 미녀 후궁 달기에게 빠져 들면서 주왕은 국사는 뒷전으로 미루고 향락과 사치를 일삼는데…. 폭정에 백성들은 고통 받고 은나라의 충신들도 하나 둘 주왕을 등지고 만다.

이에 곤륜산의 선인계는 악한 요괴 선녀 달기가 인간으로 변신하여 인간계를 황폐화시키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하여 달기를 비롯한 악한 요괴와 선인, 도사들을 봉신대에 봉하는 봉신계획이 나오면서 <선계전 봉신연의(선계전 봉신연의)>(이하 <봉신연의>)는 시작된다.

곤륜산 최고선인 '원시천존'으로부터 봉신계획을 일임받는 사람은 그의 수제자 태공망(太公望). 과거 달기에 의해 멸망당한 강족의 후손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타고난 선골(仙骨)을 인정 받아 도사가 되었다.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이유 없이 몰살당한 일족의 한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항상 멍해 보이는 표정으로 속을 알 수 없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잔꾀로 도망가기 일쑤여서 주위로부터 빈축을 산다. 그러나 타고난 지혜와 배짱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며, 그런 태공망을 신뢰하는 동료가 하나 둘 모여들면서 ‘은주역성혁명’의 역사가 펼쳐진다.

만화 <봉신연의>는 <삼국지> <서유기> <수호지>와 더불어 중국 4대 괴기 소설이라 불리 우는 소설 <봉신연의>를 원전으로 하고 있다. 소설 <봉신연의>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강자아(태공망)의 도움을 받는 주나라의 문, 무왕과 은나라 주왕과의 싸움을 요괴와 인간, 신과의 싸움으로 확장시켜 만든 신화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유교 국가인 중국은 도교적으로 채색된 소설 <봉신연의>를 어떠한 공식 기록물로도 남기지 않았지만, 민중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명나라 시대에 소설 형태로 정착되었다 한다.

이러한 소설에 작가 후지사키 류 (藤崎龍)는 SF, 환타지적 요소와 '보패' 라는 전투 아이템을 첨가함으로써 만화적 재미를 배가 시켰다. 수십 명의 등장인물이 쏟아지는 중국 고전의 난해함을 작가 특유의 해석과 유머감각으로 풀어내 역사와 허구가 교묘하게 녹아있는 독특한 만화가 탄생한 것이다. 96년부터 일본의 간판 주간지 '소년점프' 최고 인기작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케이블 방송 투니버스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특히 시대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패셔너블하고 독특한 의상디자인은 만화 팬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지난 11월 11, 12일 양일간 있었던 11회 서울 코믹 월드 행사에서도 <봉신연의> 코스튬 플레이와 패러디 회지가 상당수를 차지하여, 국내에서의 <봉신연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깊어 가는 늦가을 밤. 어렵게만 느껴지던 중국 고전을 만화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ru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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