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狐假虎威(호가호위)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09분


狐―여우 호 假―빌릴 가 威―위세 위 拉―끌 랍 獸―짐승 수 寵―사랑할 총

‘關係’를 누구보다도 중시하는 민족이 중국사람들이다. 그래서 ‘x시’(Guan―Xi)는 도자기를 뜻하는 ‘china’처럼 영어사전에도 올라 있을 정도다. 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노력은 자신이, 성공은 關係가….’

자연히 ‘關係’와 關係되는 용어도 수 없이 많은데 그 중 하나에 ‘拉關係’(라x시)라는 것이 있다. ‘關係를 끌어온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狐假虎威다.

세상에 교활한 동물이 여우다. 얼마나 교활한지 호랑이 앞에서도 당당하다. 한 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덥썩 물었다. 하지만 이 여우란 놈 왈, “나는 天帝의 命을 받고 내려온 使者요. 세상에 내려가 百獸(백수)의 王이 되라고 했소. 만약 당신이 나를 잡아먹는다면 天帝가 노하여 天罰을 내릴 것이오.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어디 나를 따라와 보시오. 모든 동물들이 나만 보면 슬슬 피할테니까.”

호랑이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워낙 뻔뻔스럽게 말을 하는 데다 하느님까지 팔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우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숲 속의 동물들은 여우를 보자마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정말 이 녀석은 보통 여우가 아닌데….’ 호랑이는 여우를 풀어주고 말았다. 戰國策에 보이는 中國의 寓言 한 토막이다. 여기에서 ‘狐假虎威’라고 하는 말이 나왔다.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의 宣王(선왕)에게는 昭奚恤(소해휼)이라고 하는 寵愛(총애)하는 장군이 있었다. 사실 그는 뛰어난 智略(지략)을 갖추지도, 그렇다고 용맹을 갖추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北方 사람들은 昭奚恤을 무척이나 두려워했다. 宣王은 늘 그것이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참 이상도 하군. 北方 사람들은 왜 昭奚恤을 유독 무서워하지?”

그래서 그는 朝廷의 대신들에게 그 까닭을 물어 보았다. 다들 머뭇거리고 있는데 江乙(강을)이라는 신하가 말했다. 바로 그 狐假虎威의 故事다. 北方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昭奚恤이 아니라 바로 宣王이라는 이야기다. 어리석은 宣王은 江乙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세상에는 狐假虎威(호가호위)하는 사람이 많다. 춘추시대 齊나라 재상 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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