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간간히 비칠 뿐 그림에 매진하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조영남 예수론’을 정리했다. 주제가 ‘예수 바로 알기’다. 책의 제목 ‘예수의 샅바를 잡다’가 익살스럽지만 그는 “그동안 공부한 신학을 모조리 쏟아냈다”고 강조한다. 그는 1975년부터 5년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리니티 침례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미국의 목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왜 예수의 샅바를 잡으려할까.
“예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맹목적인 믿음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예수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대상이다. 그의 사랑을 배워서 실천해야 한다.”
책에 나온 조영남의 예수론.
‘예수는 새로운 윤리의 실천을 무지막지하게 강조했지 윤리의 선생이 아니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사랑의 실천을 100% 요구했다. 95%의 실천은 빵점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공부해서 알아낸 하늘나라는 예수믿고 예배당에 다니고 꼬박꼬박 헌금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조영남은 현대 기독교의 문제는 예수의 사랑이 ‘실천’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책에서 밝히고 있다.
‘예수의 윤리를 퇴색케하는 장치가 맹목적인 신앙이다.’ ‘하늘나라의 참의미는 예수 믿으면 천당 간다는 맹신 앞에 숨한번 크게 쉬지 못했다.’
사실 그는 20여년전 귀국하자마자 ‘어느 한국 청년이 본 예수’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당시로선 도발적이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딜라일라’로 알려진 가수 조영남에게 아무도 미국에서 뭐했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예수의 샅바를 잡다’는 20년전의 시도를 본격화한 것. ‘조영남 예수론’의 치밀함을 위해 수백권 분량의 자료를 다시 모았다. 책에는 공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 야스퍼스 불트만을 비롯해 한국 동학의 최제우, 대종교의 나철 등의 사례가 예수 들여다보기에 동원된다. 실제 종교인의 체험을 비교하기 위해 조영남 자신의 이야기도 곳곳에 재치있게 풀어놓았다.
조영남은 올해 거의 쉴새없이 이 책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공부하는 오락’이 섹스 다음으로 재미있음을 알게 됐다”며 “도올 김용옥이 그토록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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