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풀기]추위도 스트레스 일종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9시 14분


스트레스하면 우리는 흔히 정신적인 면 만을 떠올리지만 더위나 추위 소음 등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각종 질병이나 과로도 마찬가지이다. 예년에 비해 유달리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저항력이 약한 노인이나 신생아와 중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환경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은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진화시켜왔다. 거의 모든 스트레스는 주로 뇌의 변연계에서 다루어진다. 자율신경계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높은 대응력을 갖도록 무장시킨다.

스트레스가 단기간이거나 강도가 약할 때는 이러한 생체반응이 스트레스를 처리하여 곧 정상을 되찾게 하지만 과도하거나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유전자의 활동이 멈추게 된다.

평소에 세포내 단백질을 엉키지 않게 보호하던 스트레스 유전자의 단백질이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세포내 단백질이 엉켜 세포가 죽게되며 치매 고혈압 당뇨병 등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질병이 발병할 토양을 제공하게 된다.

또 면역조절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도 억제되어 각종 질병이나 암이 생기기 쉽게 되는 것이다.

임신부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어 태아의 스트레스 유전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몸과 마음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가 다르다. 같은 추위라도 맘먹기 따라서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고 가벼운게 될 수도 있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의 강도와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 요인의 증가 속도를 사람의 방어시스템의 진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병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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