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후지타는 동서고금의 회화와 조각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심미안을 지니고 있는 대단한 실력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 시절 누명을 쓰고 업계에서 내몰린 상태. 그는 '미(美)' 그 자체로서의 가치는 뒷전인 권위적인 미술계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비웃으면서 <갤러리 페이크>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예술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나간다.
<갤러리 페이크>에서 후지타는 예술작품의 의미는 외면한 채 그 자산적 가치만을 쫓는 탐욕스러운 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사기행각을 벌인다. 하지만 타락한 미술상 행세에 여념이 없다가도 자신의 힘이 필요한 순간에는 손해를 마다하고 진실해지는 그의 모습은 결코 밉지 않다. 위트 있는 행동과 인간미 넘치고 조용한 뒷마무리가 흡사 '괴도(怪盜)'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할까.
뭐니해도 <갤러리 페이크>의 가장 큰 묘미는 후지타가 만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이 작품은 가짜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일 것이다. 업계의 패륜아로 손가락질 받는 후지타가 쟁쟁한 전문가들조차도 감별해내지 못하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속시원히 밝혀내는 순간 독자는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후지타가 굳이 밝히려 들지 않는 남모를 비밀스런 진실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더욱 더 이야기 전개에 몰두하게 된다.
작품이 예술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승부극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시종일관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으로 광범위한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문화를 바라보는 올바르고 따뜻한 시선을 전달하려 애쓴다.
거장들의 미술품에서부터 이집트 고대유적, 각 나라의 고유 도자기 문화, 엘도라도의 황금 전설에 이르기까지의 예술작품은 모두가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훈훈하게 작품 전체에 베어 있다. 반면 일반인은 평생 만져도 볼 수 없는 거액의 금액이 오고가는 미술품 거래 묘사는 내용상 어쩔 수 없다 해도 씁쓸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예술은 대중의 것'이라는 명제가 현실화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갤러리 페이크>를 통해 거장들의 작품과 작품에 얽힌 일화를 접한 뒤,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면 어떨까.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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