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性的) 판타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포르노 잡지에 광고를 내 `그'를 만난 `그녀'는 곧바로 호텔로 직행하고,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알려고도 자신을 알리지도 않고 익명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매번 프런트에서 어색하게 키를 건네받는 `그'를 따라 호텔룸으로 들어가는 `그녀'가 방안에서 어떤 성적 판타지를 실현시키는지는 알길 없다.
붉은 빛이 흥건한 호텔복도와 방문만 스크린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물론 목소리조차 흘러 나오지 않는다.
그런 섹스를 위한 만남을 한참이나 거듭한 뒤에야 두 남녀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 그제야 카메라도 호텔방문을 열고 들어가 두 사람의 섹스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개입하면서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킴으로써 성적 판타지를 포기할 것인가, 성적 판타지를 지속시키기 위해 사랑의 감정, 곧만남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영화제목을 보고 `야한' 영화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벨기에 태생의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은 정작 "사랑과 성적 판타지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있다.
`포르노적 관계'로 만난 두 남녀의 감정선을 집요하면서도 섬세하게 좇아 사랑에 대한 숱한 정의와 관념, 편견을 벗겨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 하다.
9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녀' 역의 나탈리 베이는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베니스 영화제에 함께 출품됐던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등과 동시대적인 섹슈얼리티를 드러낸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12월2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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