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동포 작가인 현월(玄月·35)이 일본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그늘의 집’(문학동네)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본명은 현봉호(玄峰豪). 한국 국적의 동포 2세로 한글을 읽을 줄 안다.
“수상 소식이 한국에 크게 보도됐다는 말을 듣고 부끄럽고 멋쩍었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이 한국에서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인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에도 그는 뜨악한 듯했다. 아버지의 나라는 그에게 살가운 조국은 아니었을까.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의 모국어는 일본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일 동포 2, 3세의 70% 이상이 일본인과 결혼하며 일본사회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재일동포는 유전적 필연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습니다.”
일본 오사카시 인근 집단 빈민촌을 무대로 재일 동포의 애환을 그린 ‘그늘의 집’이 일본 문단의 호평을 받은 것도 이런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에 징집된 뒤 평생 빈민촌을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 ‘서방’은 비참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공급 당시 총에 맞아 잘려나간 그의 손목을 통해 한일 과거사를 슬쩍 건드리고는 있지만 ‘과거사 청산’ 같은 주장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인간 보편성에 접근하기 위해서 건조한 문체를 사용했고 과거 문제와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내한한 부친 현종민(玄從玟)씨는 제주도 출신이다. 어릴 적 4·3사태를 피해 오사카로 이주, 구두공장과 음식점 등을 운영했으며 3남2녀 중 막내인 현월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구두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월은 고교 후배인 ‘첫사랑’과 10년 전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현월은 24일 오후 5시 서울 영풍문고에서 열리는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에 참석하고 25일 오후 3시에는 서울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갖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