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가인 토마스 벌핀치의 신화집이 150년만에 지구 반대편의 신화연구가 이윤기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1권 ‘신들의 전성시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일반적인 개설서다. 2권 ‘영웅의 전성시대’에서는 신과 인간의 중간자인 영웅의 패턴을 엿볼 수 있다. 3권 ‘일리아스, 오뒤쎄이아’는 신화의 고전을 따로 묶은 것이다. 4권 ‘사랑의 신화’는 신화 속의 애틋한 로망을, 5권 ‘인간의 새벽’은 다양한 인간 창조설을 담고 있다.
2800년 전 호메로스의 작품부터 무수한 그리스 로마 신화서가 쓰여졌다. 벌핀치의 원전 특징은 문학적 상상력의 발원지로서 신화를 다뤘다는 사실이다. 신, 반신(半神)영웅, 인간 사이의 애증에 대한 인류의 상상력을 위대한 문학가들의 정신적 젖줄로 바라본 것이다. 나아가 이는 문자문화의 원류를 신화에서 찾으려는 지적 모험이다.
이를 번역한 이윤기는 벌핀치의 흑백 모본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우선 페이지마다 신화를 테마로해서 제작된 회화와 조각, 건축을 담은 다채로운 원색 도판을 찾아 실었다. 신화가 문학 뿐만 아니라 서양 고금의 예술가들에게 보편적인 상상력의 무대를 제공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아울러, 신화에 대한 사료가 부족했던 벌핀치의 기술에는 딴지를 건다. 벌핀치가 집필했던 당시에는 트라이아 유적이나 뮈케이 성터가 발굴되기 이전이다. 이윤기는 독일인 쉴레이만이 발굴한 그리스와 터키 지역의 유물 등 벌핀치가 채우지 못한 공백에 일일이 토를 달아 완벽을 기하려 애썼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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