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서울 미 문화원을 점거한 대학생들이 ‘양키 고 홈’을 외친 이래, ‘주한미군’이란 명사는 어떤 토를 다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됐지만 금기된 상징언어의 위력은 변함없다.
‘평화시민네트워크’(www.peacekorea.org)라는 NGO가 ‘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하자’고 외쳤다. ‘통일’을 입모아 말하면서 ‘평화’의 실천방안에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책은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공론화되어야한다는 당위성을 검토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한 미군과 민족주주의의 관계, 친미와 반미의 논점, 철수 당위론과 불가론 등 녹록치 않은 문제들을 아울러 제기했다. 군축 국제법 국제정치 등 전문가 8인의 릴레이 인터뷰, 국방부의 입장 등이 실렸다.
이 단체의 대표인 저자는 주한 미군이 있는가 떠나는가의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어떤 결정이 됐건 그것은 국민적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스로 평화를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