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스위트 쿠킹북>,초보주부의 요리만들기

  • 입력 2000년 11월 25일 13시 41분


코구레 슈이치는 TV 요리 프로 진행을 통해 주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잘 나가는 요리 코디네이터다. 여성지 기자인 린코는 취재차 만났던 슈이치와의 관계가 급발전하여 결혼에 이른다.

보통 만화라면 남녀가 만나 호감을 갖고, 연애의 갈등을 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맺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위트 쿠킹북>(이하 쿠킹북)은 두 사람의 결혼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로 요리사가 선택할 정도의 여자니 얼마나 요리를 잘할까? 하는 주위의 시선이 린코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소심하게 주눅들어 있을 성격도 아닌 그녀는 기대에 찬 남편 직장 동료들을 맞이하는 집들이 음식 장만에서부터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을 이용한 요리, 갓 태어난 아기의 이유식과 가족의 영양식단까지 알뜰살뜰한 초보 주부 실력 행사에 여념이 없다.

남편 슈이치는 언제나 너그럽고 자상하지만(단무지 스파게티를 먹어줄 정도다) 순간순간 참지 못하고 미숙한 그녀의 요리에 참견하고 마는데 ..

무릇 결혼이란 다 그렇듯이 두 사람의 결혼생활도 마냥 핑크 빛으로 펼쳐지지는 않는다. 남편이 뒤집어 벗어 놓는 양말을 참을 수 없는 아내, 토막 낸 고등어를 흐르는 물에 씻어 조려내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요리사 남편의 사소한 말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일쑤다. 서로 실망하고, 오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기가 끝없이 반복되고, 그런 두 사람이 엮어내는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에는 늘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장소로는 예나 지금이나 따뜻한 밥상머리가 최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쿠킹북>은 미혼 여성들이 이상형이라 말하곤 하는 '요리 잘하는 남자'와 결혼한 요리음치 린코의 주부 되기 과정을 담고 있다. 린코는 남편보다 요리 못하는 자신에게서 아내, 엄마로서의 위기감뿐만 아니라 여자로서의 열등감까지 느낀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 같이 아둥바둥 열심인 그녀. 맞벌이가 일반화된 현대사회에서 남자도 가사를 분담하는 게 당연한데, 요리를 못해서는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주인공이라니 너무 진부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린코 자신이 요리하는 행복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그녀의 노력은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재미로 다가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쿠킹북>은 요리 만화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맛의 달인>류의 만화에서처럼 엄선된 재료와 숙련된 솜씨의 결과인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한 극적 드라마 같은 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눈이 번쩍 뜨이고, 광채가 형형한 산해진미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비록 조금은 짜고 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어낸 행복의 맛이야말로 최고의 요리 아닐까.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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