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인기 드라마 ‘태조왕건’에는 차를 마시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종선PD가 의식적으로 차 마시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는 야외촬영을 나갈 때도 늘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해 차를 즐겨 마시는 ‘차 마니아’. 밤낮 없는 촬영에 지친 스태프들에게 차 한잔을 권하며 차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곤 한다. 김PD는 “예로부터 차는 장수의 묘약으로 불려왔는데, 하루 열 잔 이상 마실 경우 하루 석 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평균 여섯 살 이상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도 제 드라마에선 술 마시는 장면을 지양하고 차 마시는 장면을 많이 넣을 생각입니다”고 말한다. 힘든 촬영으로 인한 피로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언제나 힘찬 소리로 ‘큐’ 사인을 부를 수 있는 뒷심은 수년간 마셔온 차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최근 들어 차의 건강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40년간 암을 연구해 온 미국 건강재단의 존 와이저버그 박사는 “차를 마실 경우 유방암이나 결장암, 췌장암 등에 걸릴 위험이 크게 감소할 뿐 아니라 매일 여섯 잔씩 마시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사이다마현 암 연구센터의 이마이 박사팀은 최근 사이다마현 내의 40세 이상 8000명을 대상으로 녹차 음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에 열 잔 이상의 녹차를 마실 경우 남자는 4.5세, 여자는 6.5세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취 해소·미용 효과도 만점
국내의 한국화학연구소 노정구 박사팀에 의한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그에 따르면 녹차를 마실 경우 담배의 발암 물질이 녹차 성분에 의해 억제된다. 술의 독을 푸는 데도 효과적이어서 직장인에게 차는 꼭 필요한 음료다.
차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기 전에 차를 마시면 지방이 우선적으로 연소되기 때문. 식사 뒤에 차를 마시면 차 성분 중의 카테킨이 지방 분해 효소의 작용을 강화하므로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는 차를 한잔 마시는 것이 좋다. 이 카테킨 성분은 혈압 및 혈당치를 낮추는 효과와 함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작용을 약화시키는 효능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에도 권할 만한 음료며, 레몬에 비해 5∼8배나 많은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감기 예방에도 좋다. 또한 비타민 A도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미용효과도 만점.
한편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스기야마 박사팀은 차에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횟집에 가면 식사 중에 진한 녹차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차가 식중독을 예방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에는 매우 강한 살균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식중독 세균인 포도상 구균, 장염 비브리오균, 황색 포도상 구균 등에 대해 살균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몸에 이로운 장내 비피더스균에는 전혀 해를 입히지 않는다.
차를 우려내는데 쓰이는 물은 돌 틈에서 솟아나는 석간수를 으뜸으로 치는데 일반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하룻밤 정도 재워서 쓰면 좋다. 뜨거운 물로 차를 끓이면 떫은 맛 성분이 빨리 우러나 차의 맛이 떫어 낮은 온도의 물로 천천히 우려내는 것이 좋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원장은 “불면증 환자의 경우 오후에 차를 마시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빈속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강은아/ 자유기고가 kea64@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