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손만대면 장롱속 옷이 최신 패션으로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2분


◇이대앞 옷 수선거리 정숙자씨

"불경기 영향 최근 손님 몰려"

화려한 거리로 알려진 이화여대 앞. 하지만 크고 작은 옷수선집이 100여군데나 몰려있는 ‘알뜰 거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옷을 수선하고 있는 ‘OK수선’의 정숙자씨(51)는 “원래 옷값이 비싼 가을겨울에 손님이 많지만 올해는 유독 손님들이 몰린다”고 했다.

“옷값이 비싸니까요.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코트 한 벌 살 돈으로 장롱 속에 묵혀두었던 옷 서너벌은 고쳐 입을 수 있어 주부들도 많이 나오지요.”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고, 품을 넓히거나 좁히는 정도로 옷수선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오산이다. 아이얼굴 모양의 넓적한 깃도 최신 유행의 스탠칼라나 차이나칼라로 고칠 수 있다. 펑퍼짐한 라그랑 소매의 코트도 어깨부터 일자로 떨어지는 날씬하고 단아한 코트로 감쪽같이 변신시킨다. 세탁하기 까다로운 가죽이나 무스탕, 밍크제품도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어머, 그동안 괜히 옷을 처박아 두었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고는 옷수선집도 잘 안됐어요. 그때는 고쳐 입을 여유도 없었던 모양이에요. 올해는 가죽옷을 고쳐달라는 손님이 많네요.”

특히 꿈과 추억이 담긴 옷은 입지는 못해도 버리기는 아까운 법. 대학 합격 기념으로 처음 산 재킷이나 신혼여행복으로 구입한 정장을 들고 오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산 기성복을 몸에 딱 맞게 수선했다가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품을 늘리러 오고, 체중이 늘어난 신랑의 양복을 고치러 오고 그러지요. 이화여대 앞이 유행의 거리니까 수선집도 유행 따라 제대로 고쳐주거든요.”

맞춤옷 경력 10년, 수선 경력 10년 이상인 정씨는 이화여대 앞 맞춤옷집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수선으로 ‘전직’할 때 서운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수선이야말로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정해진 범위 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니까 훨씬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요.”

골목 속에 숨어있는 집이어서 뜨내기손님보다는 그의 솜씨에 매료된 단골이 많다. 수선료도 대로변보다는 저렴한 편. 긴 코트 전체 수선에 5만∼8만원, 재킷은 3만∼4만원, 청바지를 치마로 고치는 데 1만5000∼2만원. 가죽제품은 이보다 더 비싸다. 바쁜 손님을 위해서는 수선 후 집까지 택배로 부쳐준다.

02―393―1631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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