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들은 각기 특색이 있다. 여성의 목소리를 방불하는 음높이와 깨끗한 공명을 자랑하는 브라이언 아사와가 있고, 화려하며 힘차게 울려내는 데이빗 다니엘즈가 있다. 브라이언 아사와가 흑장미라면 다니엘즈는 만개한 벚꽃과 같다. 이에 비해 안드레아 숄은? 그의 목소리는 ‘백합’으로 비유된다.
남자로서 여성의 음높이를 노래하는 카운터테너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소름끼친다’는 반응 밖에 얻지 못하던 시절, 자동차 광고에서 들려오던 온화하고 포근한 목소리는 이 ‘희한한 존재’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었다. 광고에 등장한 노래는 숄의 자작곡 ‘백합보다 하얀’ 이었다.
아사와가 현대곡과 정통 소프라노 아리아를 포함한 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고, 다니엘즈가 바로크 오페라에서 명성을 얻은 반면 숄은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의 서정가곡이 장기. 그의 목소리는 남다른 순수함과 투명함을 갖고 있지만 공명점(共鳴點)은 오히려 낮은 편이어서 미소짓는 미소년의 표정을 연상시킨다.
카운터테너 ‘빅 3’ 중에서도 가장 인기높은 그는 이번 공연 1부에서 다울랜드 등 르네상스시대 작곡가의 가곡들을 노래하고, 2부에서는 근현대 영국 민요와 가곡들을 선보인다. 광고에서 귀에 익은 ‘백합처럼 하얀’도 노래한다. 최근 그가 내놓은 17세기 가곡집 ‘음악의 연회’에는 한국팬들을 위한 ‘아리랑’ ‘새야 새야’ 가 보너스CD로 실려있다. 이번 콘서트의 앙코르 순서를 특별히 기대하는 이유다.
올해 33세인 숄은 독일출신. 비스바덴 근교 작은 마을에서 소년합창단에 들어가 노래 훈련을 시작했다. 10대시절에는 팝 가수로 활동하며 음반까지 냈다. 열일곱살 때 성악교사에게서 “카운터테너의 소질이 있다”는 격려를 받고 본격적 수업을 시작했다. 원전(原典)연주의 거장 르네 야콥스를 만나 스위스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 입학한 것을 인연으로 필립 헤레베헤, 윌리엄 크리스티, 톤 코프만 등 거장들을 만나 협연을 거듭하며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됐다. 2만∼8만원. 02―599―5743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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