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정치작가'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쿤데라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자신의 히트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연장이자 완결적 성격을 갖는다. '참을 수…'에서 남녀 주인공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억압하는 체코 체재에서 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향수'는 이방인으로 살다 20년만에 조국 체코에 돌아온 두 남녀의 재회를 통해 실존의 근원을 묻는 작품.
89년 동구권 붕괴 이후 민주화된 체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에 깔려 있다. 남녀 주인공이 오랜 해외망명 끝에 돌아왔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주인공의 방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두 주인공 역시 고향을 기억하면서도 향수는 간직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민음사 박상순 주간은 "자칫 사변적으로 기울 수 있는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쿤데라 특유의 철학적 주제 의식이 담겨 있어 가볍지 않은 사색의 물꼬를 터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가지 의문은 쿤데라가 25년간 몸 담아온 '문학적 조국' 프랑스를 외면하고 외국에서 먼저 신작을 선보였다는 점.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쿤데라가 자신의 작품을 혹평해온 프랑스 비평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 프랑스 판권은 갈리마르 출판사가 확보한 상태며 내년 봄 이후에나 프랑스에서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