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쿠라 레이지 지음 신동기 옮김
342쪽 1만2000원 바다출판사
신문기자 Y씨는 최근 해외출장 길에 일본에서 사온 소니 VAIO 노트북에 완전히 매료됐다. 값은 비싸도 디자인이 기능적이고 멋진 데다 소니에서 만든 디지털 캠코더나 각종 AV 기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점이 신기했다.
모니터 바탕 화면 아이디어도 재미있었다. 흔히 보는 초록색의 밋밋한 화면 대신 VAIO라는 로고가 바다에 떠 있고, 컴퓨터 내장 시계에 맞춰 오전에는 해가 뜨고 낮에는 화창하며 밤에는 별이 뜬다.
소니의 VAIO 노트북은 98년말 미국에서 선보인 이래 IBM 컴팩 등 쟁쟁한 선두업체를 일거에 제압했다. 워크맨과 TV를 앞세워 세계 AV 시장을 제패해 ‘전자왕국’ 일본을 일궈낸 탁월한 기업이 어느 새 디지털 세계의 ‘거대제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우리가 수 많은 신생 닷컴과 벤처에 눈을 빼앗긴 사이, ‘굴뚝 기업’인 소니는 디지털 시대의 헤게모니를 거머쥘 채비를 갖춰 나갔다. 이 책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21세기 기업 경쟁에서 소니가 승리하기 위한 장기간의 치밀한 전략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소니는 콘텐츠(Contents)와 콘텐츠 유통수단인 플랫폼(Platform), 콘텐츠를 최종 소비하는 도구인 단말기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따라서 소니가 이를 하나로 잇는 수직 네트워크를 마련한다면 소비자들은 ‘SONY’의 로고 아래에서 21세기식 문화생활의 전형을 누릴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소니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게임, 음악, 영화 등 다양하다.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는 음악,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는 영화가 소니가 운영하는 위성방송(스카이퍼펙트 TV), 케이블 TV, 광대역 인터넷망인 소네트 등으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운반된다.
이로써 소비자는 가정에서 소니가 만든 TV를 통해 스카이퍼펙트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영화를 즐기고, 네트워크 기능을 완비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로 게임을 만끽하며, VAIO 노트북으로 최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소니의 네트워크 의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단말기와 단말기, 사용자와 사용자를 수평으로 연결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메모리 스틱이라는 저장매체를 통해 워크맨부터 각종 AV기기, PC, 휴대폰, 자동차 운행장치(카 내비게이션)까지 다양한 전자기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한다. 온라인에서는 아이―링크(i―link)라고 이름붙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AV와 IT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광범위한 수평―수직 네트워크를 동시에 실현하는 셈이다.
전문용어가 많아 삼성전자 같은 관련 업계 종사자용인 것 같지만 참고할 만한 보편적인 기업경영의 가치도 담겨 있다. 소니 기술진이 ‘소비자의 생활을 즐겁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기술·제품 개발의 원점으로 삼는다는 설명에 특히 유의하자. 이들은 VAIO 노트북을 가리켜 ‘가장 소니다운 제품’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를 즐겁게 해서 성공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곽해선(SIM컨설팅¤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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