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기본적 분석틀로 사용하고 있는 이 책의 특징은 세계체제 아래에서 발생하는 동아시아의 모순을 분석하는 시각에 있다. 20세기 이 지역의 식민지지배, 전쟁 등의 원인을 제국주의나 오리엔탈리즘에 두기보다는 주로 국민국가체제나 부국강병을 추구한 대국주의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들에 초점을 맞출 때 자본의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민족주의와 국민국가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안은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다. 동아시아를 범주로 해외이주민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들이 복합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와 국민국가의 중간 매개항’인 동시에 국민국가와 세계체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 공간이다.
논의의 크기만큼이나 많은 논쟁점이 있다. 그 첫째는 세계체제의 모순을 분석하는 시각이다. 저자는 세계체제의 제국주의적 특성보다 국민국가의 부국강병론의 한계를 설파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분석할 때도 중국위협론에 입각한 미국의 ‘중국 흔들기 정책’보다는 중국 정부의 ‘집체인권론’의 이론적 한계를 주로 보여준다. 결국 이 논쟁거리의 핵심은 동아시아 각국이 소국주의로 나섰을 때 여전히 동아시아에 지배권력으로 존재하는 미국과 미국적 체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서는 누락돼 있다.
복합국가의 형성주체 문제도 중요한 논쟁거리다. 다국적공동체나 다민족공동체가 국민국가와 세계체제의 한계를 동시에 넘을 수 있는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일국 내에서조차 그것을 동시에 넘을 대안 주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까지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있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고 있지만, 자본과 ‘대국주의’에 대응할 새로운 주체형성은 여전히 국경을 넘기 어려운 비극적 현실에서 이 논의가 지나친 이상주의로 경도될 경우 지배권력담론을 옹호할 우려가 높다. 저항이론을 공고히 할 주체의 역량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다시 이 논쟁의 답을 구한다. 그동안 동아시아 논쟁을 주도해온 학자가운데 하나인 저자가 계속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백영서 지음/311쪽/1만3000원/창작과비평사▽
김희교(광운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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