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난 30여년간의 연구업적을 한데 모아 최근 책으로 냈다. ‘한국 회화사 연구’ ‘한국의 미술과 문화’(이상 시공사). 얼마 전엔 ‘한국 회화의 이해’(시공사)를 내기도 했다.
“세 권이 계획대로 다 나와서 마치 세 쌍둥이를 낳은 것처럼 후련합니다. 이제부턴 한국미술사 저작물들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일을 시작할 겁니다. 번역도 보통 일은 아니겠지만 정년 퇴직 이전에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 교수는 스승이었던 삼불 김원룡 선생과 함께 쓴 ‘신판 한국미술사’도 영어로 옮길 계획이다.
이번에 나온 ‘한국 회화사 연구’는 860쪽에 이르는 역작. 지금까지 그의 회화사 연구의 결정판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별로 그 시대 미술에 관한 총론적인 논문과 구체적으로 접근한 각론, 그리고 중국 일본과의 회화교섭사를 다룬 논문들로 짜여져 있어 한 시대의 회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비교적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 전문가 뿐 아니라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안 교수는 스스로 이 책을 “한국 회화사의 심층적인 개설서”라고 평한다. 특히 일본 중국 회화와 우리 회화를 비교 검토함으로써 한국 회화의 독자성과 보편성을 심층적으로 고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 교수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시기는 안견을 중심으로 한 조선 전기. 삼국시대부터 출발한 한국 회화가 이 시기 들어서면서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정착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술과 문화’는 훨씬 대중적인 책이다. 한국 미술의 형성 배경과 시대적 변화 등을 간단하게 추려놓았다. 또한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안 교수의 단상도 함께 실어 체험적인 미술사를 풀어놓고 있다. 전통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읽어낼 수 있다.
안 교수가 미술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미술사 연구는 불모지였다. 연구자도 없었고, 연구 성과도 별로 없었다. 회화 분야는 특히 더 그랬다.
“미국에서 귀국해 홍익대 교수가 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회화사에 대한 강연이나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철저한 미개척 지대였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보람은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후배들도 많이 늘어나고 연구도 활발해 마음이 놓입니다.”
안 교수는 다만 “겸재 정선이 활동했던 18세기를 전후해 한국 회화가 비로소 시작했다고 보는 견해는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전의 한국 회화를 중국의 아류 정도로 보는 시각은 한국 미술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낸 책들의 저류에도 그의 이러한 생각이 깔려 있다.
안교수가 한국 회화사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지 30여년. 한국회화사는 이제 하나둘 씩 꽃을 피워나가고 있다. 그는 이제부터 외국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데도 열정을 투자할 생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