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오디션>,음악 천재들의 한판 승부

  • 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송송 회장은 딸 명자가 그룹의 후계자로 적합한가 시험하기 위해 한 가지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자신이 지목한 4명의 소년을 찾아내 팀을 만들고 대규모 오디션에도 참여해 1위를 차지해야만 유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 가까스로 4명의 소년을 찾아낸 명자와 그녀의 친구인 사립탐정 부옥은 그들과 함께 1만여개 팀이 도전하는 치열한 <오디션>으로 뛰어든다.

천재적 음악 재능을 지녔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4명의 주인공은 체계적인 음악교육은커녕 기본적인 제도권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한 이들이다. 명자는 이런 4명에게 ‘재활용 밴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의 기본기를 가르치며 경쟁자들과의 승부를 준비하는데….

97년 중편 연재 '언플러그드 BOY'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천계영의 <오디션>을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스토리와 그림, 그리고 만화 전체에 넘쳐 나는 파격일 것이다. 승부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재치 있는 대사들은 신세대의 취향에 맞고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이었다는 작가의 전력이 발휘되는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만으로도 <오디션>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음악'이라는 소재와 토너먼트 형식의 '오디션'을 큰 축으로 개성 넘치는 4명의 천재 음악 소년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라이벌들 사이의 드라마틱한 승부와 성장과정이 멋지게 융화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순정만화는 여자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 독자들에게도 폭 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오디션>의 재미와 완성도 높은 구성력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독자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4명의 주인공 국철, 장달봉, 류미끼, 황보래용의 매력이다. 음악적 재능 이외에는 평범, 혹은 그 이하인 4명의 소년들은 귀티가 흐르는 순정만화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심지어는 이름까지도 촌스럽다). 장난기 많고, 한심할 만큼 천진하면서도 묘한 것에 자존심을 세우고, 애써 아닌 척 하지만 순간순간 외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회에서 열등한 무리로 분류되던 그들이 음악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며 마침내 천재라고 불리게 되는 과정을 보는 독자들은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뜩이나 뭐든지 1등 아니면 인간취급 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자신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주인공들이 ‘나도 1등 한 번 돼보자’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진정한 인간 승리의 모습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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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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