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돈암동 서울지하철 성신여대입구역 앞 정류장에서 김과장이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15분째.
버스가 나타나자 정류장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몰려든 승객들로 버스는 ‘장난감 자동차’가 된다. 핸드백을 치켜든 ‘아가씨’와 헤드폰과 배낭으로 ‘무장한’ 학생들, 그리고 ‘씩씩한’ 아줌마들…. 하지만 ‘경쟁사회’에 단련된 김과장. 익숙하게 몸싸움을 이겨냈다.
빽빽한 차 안도 녹록지 않다. 머리를 안 감은 듯 ‘쉰’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고 향수냄새도 고약하기만 하다. ‘빨리 차가 달리면 좀 나을텐데….’
버스가 문 앞의 ‘패잔병들’을 떼놓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아저씨, 내려요.”
여대생의 앙칼진 목소리. 워낙 복잡해 미처 못 내린 모양이다. 모두 짜증스러운 표정. 운전사 아저씨가 고개를 뒤로 확 돌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 내리라고? 그럼 운전은 누가 하남. 아가씨가 할라나?”
찡그렸던 승객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차는 여대생을 내려주고 떠났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