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중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
순간 조용해진 전철은 소년이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소년은 무대, 아이들이 우 몰려선 자리는 관객석이 된 셈.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눈빛에 소년의 자존심이 걱정됐다.
소년이 좌석을 돌기 시작했다. 동생뻘 되는 아이들은 애써 무시한 채. 그때였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주섬주섬 가방이며 주머니를 뒤적이는 게 아닌가. “넌 얼마 할거니?” 소곤대는 목소리.
별 성과 없이 한바퀴 돈 소년이 다음 칸으로 가려는 순간, 아이들은 쭈뼛거리면서도 다급하게 ‘코묻은’ 돈들을 내밀었다. 줄을 서다시피 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돈을 받던 소년의 굳은 얼굴은, 자리를 뜨면서 아이들 쪽으로 꾸벅 고개를 숙일 때쯤엔 따스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