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96년 6집 'The Sixth Sense - farewell to the world'를 끝으로 해체할 때까지 7년 동안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015B'는 하우스 댄스, 퓨전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고 객원가수제를 도입하는 등 한국 대중음악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015B'의 부활이 조용히 준비되고 있다. 그 동안 솔로 앨범 발표와 방송인으로 활동을 계속해온 장호일(35.본명 정기원)이 친동생 정석원과 손을 잡은 것. 이들은 무대 전면에 드러나는 대신 신인 가수에게 '015B' 시절의 신선한 사운드를 전해주기 위해 다시 뭉쳤다.
가수 캐스팅 사이트 '네오스타21'(www.neostar21.com)과 '플래티넘' 엔터테인먼트를 운영중인 장호일을 7일 <서세원쇼> 녹화가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만났다.
▼ 요즘 방송 출연 외에 다양한 사업을 하느라 무척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 최근 '네오스타21' 사이트를 개설해 신인 가수를 물색하고 있고 김소연 김지호 최화정 씨 등의 매니지먼트 사업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네요. 특히 '네오스타 21'은 특별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벌써 3000명이 넘는 가수 지망생들이 응모했는데 음악성이 생각보다 뛰어나더군요. 요즘 가수 못지 않은 음악실력을 갖춘 사람도 많습니다. 현재 녹음을 70% 정도 끝낸 4인조 그룹과 인터넷 오디션에서 1등을 차지하는 신인 가수 등 2장의 음반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 그 동안 두문불출했던 정석원씨가 드디어 음악 작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서요?
- 사실 석원이는 작가로 치면 '절필선언'을 하고 캐나다로 떠나 인터넷과 어학공부에 매달려 왔는데 제가 3년 동안 설득을 해서 겨우 마음을 돌려놓았지요. 우리는 친형제인 동시에 '015B' 멤버로 밀착된 관계였어요. 석원이가 음악을 만드는 '두뇌'라면 저는 직접 움직이며 우리 음악을 알리는 '몸통' 같다고나 할까요. 같은 길을 가게돼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입니다.
▼ 그렇다면 정석원씨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 우선 내년 초순경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신인 가수의 음반에 수록될 5~6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맡게 됩니다. 요즘 한창 노래를 만들고 있는데 아이디어는 많은데 오랜만에 키보드를 다루는 게 생소하다고 하더군요. 나머지는 윤상 이승환 윤종신 등 친분이 있는 뮤지션에게 노래를 받을 거구요. '제2의 015B'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이미 제작중인 4인조 그룹은 장호일씨가 제작하는 음반인가요?
- 김장훈의 '혼잣말'을 작곡한 박성진과 함께 프로듀싱 작업을 하고 있구요. 아마 대중적인 팝 스타일의 음악이고 내년 2~4월경 발매할 예정입니다.
* 정석원과 함께 '워너 그룹'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계획중
▼ 아직도 '015B'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다시 뭉칠 계획은 없는지요?
- 6집에서 나름대로 음악적인 성과를 얻었고 느낌이 좋을 때 해산한 것에 만족해요. '물러설 때가 됐을 때 떠났다'고 할 수 있지요. 만약 다시 활동을 재개해서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이제는 저나 석원이나 프로듀서로 후배를 양성할 때라고 봅니다.
▼ 장호일씨도 올해 솔로 앨범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요.
-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생각만큼의 성과는 얻지 못했어요. 가수 대신 기획과 프로듀서 쪽으로 선회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구요. 10대 스타들은 팬들이 음반을 사주지만 중견 가수들은 mp3로 다운로드를 받는 것으로 끝이어서 살아남기가 힘든 현실입니다. '015B' 활동 때만 해도 30만~50만장 짜리 음반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대박 아니면 망하는 상황입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져서 아쉬워요.
▼ '서세원쇼'에서 고정 패널로 활동하면서 '방송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요?
- 항간에는 제가 방송하는 것에 대해 '어설픈 개그맨'이라는 비난 섞인 말을 듣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매니지먼트 등 사업을 하는 저로서는 하나의 홍보 창구인 셈입니다. 큰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도 벌어야 하기 때문이죠.
▼ 장호일씨가 벌이고자 하는 큰 일이 궁금하군요.
- 일단 지금 진행중인 '네오스타21'을 캐스팅과 뮤지션의 장으로 만들고 싶구요 10년 뒤쯤에는 '워너 그룹'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우는 게 꿈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 같은 B급 영화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어요. 당장 눈 앞에 닥친 사업의 결과가 내년 연말이면 나올텐데 즐거운 잔치를 벌일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들고 있을지 고민이 되는군요(웃음).
▼ 형제가 모두 아직 미혼인데 결혼 계획은?
- 부모님도 완전히 포기한 상태입니다(웃음).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 여자는 있는데 인연이 안돼서 자꾸 엇갈리곤 하네요.
▼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 음악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봤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즐겁게 살고 싶어요.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장호일은 '가수'가 아닌 '제작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동생 정석원과 다시 뭉친 그가 '015B'에 이은 또 하나의 멋진 음악 작품을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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