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외국어 번역소설도 동시 수상하는 훼미나상과 메디시스상을 제외하면 공쿠르상을 비롯한 이 문학상들은 불어 소설에 제한돼 있다.
프랑스 문학계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이들 상을 수상한 소설들은 크게 보아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는 자전적 경향,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예술가를 통해 절대적
사랑을 추구하는 성향 등을 보여주고 있다.
공쿠르상을 수상한 쟝 쟈크 슐의 ‘잉그리드 카벤’은 죽은 독일 영화 감독 화스빈더의 아내로 영화 배우이자 유명한 가수 잉그리드 카벤을 그리고 있다. 작가 슐은 현재 카벤의 동반자로 70년대 두 편의 소설책을 출간해 유명해진 후 종적을 감추고 지금까지 카벤의 노래 가사만 써왔다.
소설 속에서 샤를르로 등장하는 작가는 사라져가는 낭만 세계에 대한 정열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독자들을 황홀하게 사로잡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훼미나상을 수상한 ‘저 품 속에서’의 작가 카미으 로랑은 소설 속 같은 이름의 여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진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이
사랑하고 증오한 모든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소설은 남녀간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의 영예를 안은 파스칼 키냐르의 ‘로마의 테라스’, 메디시스상을 수상한 28세의 총망받는 작가 얀 아페리의 ‘음악의 악마’는 모두 예술가의 절대적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세계의 모든 아침들’로 유명한 키냐르가 17세기의 비올 연주자 셍트 콜롱브의 삶을 영화화한 ‘로마의 테라스’에서는 예술가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음악의 악마’에서는 한 음악가가 ‘영원한 생을 위한 발라드’라는 단 한 편의 작곡에 전생을 바치며 사랑하는 여인마저 떠나 보낸다.
대상이 인간이든 예술이든 이번 수상작들은 절대적 사랑, 정열의 세계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현대 프랑스 문학의 주류는 ‘절대적인 것의 추구’라는 서양의 오랜 전통을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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