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전용기와 민항기 사이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45분


10월 중순 김포공항.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하는 국가 원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눈에 띈 정상들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등 북유럽권 수반들. 루프트한자 등 민항기를 타고 온 이들은 수행원들과 함께 직접 가방을 들고 숙소로 향했다.

해외 근무를 오래 한 한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부자 나라 총리와 대통령이 일반인들과 함께 민항기를 타는 것을 보면 선진국이 과연 어떤 나라들인지 알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의전 담당 직원이 거들었다.

“쥐뿔도 없는 나라에서 임대료가 100만달러를 넘는 전용기에 수백명의 수행원을 태우고 오는 것을 보면 웃긴다는 생각밖에….”

그로부터 두 달 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로 떠났다. 10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B747 전용기를 타고…. 현지 공항 관계자들의 반응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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