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백악관 앞마당에서 열린 뉴밀레니엄의 첫 성탄을 축하하는 트리 점등식에 초대된 소프라노 샬럿 처치. 클린턴대통령 가족을 비롯한 1만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참 반가운 신도여’ ‘고요한 밤’ ‘겨울의 동화나라’ 등 세 곡의 성탄음악을 노래하며 백악관 뜰을 갈채로 뒤덮었다. 원숙한 소프라노의 호화로운 창법과 맑고 투명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독특하게 뒤섞인 처치의 노래는 설레는 성탄시즌의 시작을 아름답게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처치의 등장에 앞서 12세의 어린 컨트리 가수 빌리 길먼, 가수 케이시 마티아, 뮤지컬 ‘포시’ 출연진 등도 분위기를 띄우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악관의 트리 점등식은 1913년 시작돼 전쟁이나 국가적 애도기간을 빼놓고 매년 계속되며 전국민을 성탄기분에 젖게 하는 행사. 올해도 12m가 넘는 콜로라도산 전나무가 공수돼 12만5000개에 달하는 전등에 불을 밝혔다. 24, 25일을 제외하고 30일까지 매일 저녁 트리 앞의 야외무대에서 합창 무용 등 공연이 열린다.
올해 워싱턴의 성탄은 ‘샬럿의 크리스마스’라고 불릴 만큼 이 어린 성악가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영방송 PBS는 예루살렘에서 열린 처치의 캐럴 공연을 9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1시간동안 특집 방영했다. 대형 음반점과 ‘반즈 앤 노블’을 비롯한 대형서점의 음반코너마다 처치의 첫 캐럴 앨범 ‘드림 어 드림’(소니뮤직)을 가장 눈에 띄게 진열하고 있어 인기 팝 가수의 캐럴로 매장이 점령되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처치는 3년 전인 11세 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꼬마요정. 웨일즈의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해 3세 때부터 교회 자선공연 등을 돌며 노래를 불렀다. 재능있는 어린이를 소개하는 TV프로에 출연,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자비로운 예수’를 노래한 것이 스타덤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도처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데뷔앨범은 1998년 전세계에서 600만장 이상이나 팔렸다 (한국 3만5000장).
기자가 2년전 웨일스에 있는 샬롯의 집을 방문했을 때, 좋은 소프라노의 조건을 묻자 “TV앞에만 앉아있거나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좋은 성악가가 못된다”고 엄마의 잔소리같은 대답을 해 폭소를 자아냈는가 하면 미국 순회공연 조건으로 ‘디즈니월드 관람’을 제시할 정도로 샬롯은 여느 어린이와 다름없다. 하지만 가녀린 비브라토(소리의 떨림)가 곁들여진 청아한 그의 목소리는 가슴 깊은 곳을 자극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워싱턴〓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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