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단의 원로인 이대원화백의 작업실을 비롯, 수백명의 미술인이 곳곳에 작업실을 마련해 아름다운 파주의 자연을 밑그림 삼아 작품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인들이 파주로 대거 몰리기 시작한 것은 5년여 전.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수려한 경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작업실 마련 비용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저렴했기 때문이다. 또 일산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배후에 편의시설과 편리한 교통망이 형성돼 교외생활을 하면서도 도심의 편리함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파주시 조리면 봉일천리 ‘하제마을’에는 40세 이하 작가 8명의 작업실이 있다. 서양화가 김창호, 조각가 김승영, 수묵화가 유근택, 도예가 박경화 최홍선 부부, 설치작가 홍순명, 김미형이 이 마을의 주인공.
이들은 95년부터 이곳의 건물 4동에 개별 작업실을 설치했다. 건물 주인이 전기료와 수도료외에는 모든 것을 무상 제공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는 편. 연 1회 세미나를 열고 작품활동에 전념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건과 규제가 없다. 매년 강산에, 윤도현, 이상은 등 가수들을 초청해 댄스파티를 여는 등 전원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이명복화백도 하제마을과 비슷한 시기에 파주시 교하면 야당리 작업실에서 7명의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민중화가 임옥상도 6월부터 월롱면 도내리 옛 농가를 임대해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예가인 국민대 김익영 명예교수는 맥금동에 둥지를 틀었고 인근에는 서양화가 이존수 화백의 작업실 겸 살림집이 자리잡고 있다. 도예가 김숙자도 파주읍 봉서1리에 개인가마를 마련, 도자기를 굽고 있다. 그는 최근 제주의 사진작가와 결혼, 파주와 제주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손장섭화백은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가슴 시원한 공간을 찾다 5년전 발견한 광탄면 창만리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는 “탁 트인 경치와 맑은 공기가 저절로 발길을 이끌었다”며 “공해와 소음으로 찌든 도심에 있을 때보다 창작 의욕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하나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파주에 변변한 화랑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전시회를 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