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점수랑 모의고사 점수는 잊어버려. 학생부 논술 면접 중 유리한 게 뭐지?”
13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D학원 입시 상담실. 수능 외국어(영어) 성적이 높은 이모군(19·370점)이 외국어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J대를 지망하겠다고 하자 상담자는 손을 내저었다.
“가중치가 10%이니 도움이 안돼. 논술을 잘 치른다면 몰라도 어렵겠는데….”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득점 인플레’로 늘어난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한 대학을 찾아 헤매고 있다. 덕분에 입시 학원 상담실에 전화를 건 수많은 학부모 수험생은 “학원 수강생만 4000명이어서 외부 상담과 전화 상담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오전 9시부터 몰려든 수험생과 학부모의 행렬이 순식간에 3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의 3배다.
홍모씨(50·여)는 “아들이 394점(650등)인데 변환표준점수가 392점(1780등)으로 주저앉아 지망하던 대학 의예과에 원서를 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오후 1시경 긴 줄의 뒤에 있던 한 학부모가 “오늘 마감인 서울대에 원서를 내러 가야 하니 먼저 상담해 달라”고 애원했다. 상담원들은 상담 시간을 약 10분에서 5분으로 줄이고 희망 대학과 점수만을 보고 “글쎄 여기는 70∼80%쯤. 거긴 50% 정도”라고 짤막하게 코멘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재수생 아들과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씨(42)는 “유명 학원 모두가 ‘학원 수강생만 상담한다’며 배치표만 줘 헛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재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들도 헷갈리는지 지원 가능한 대학을 골라 주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대성학원 상담실 한남희(韓南熙)차장은 “상담 건수가 지난해보다 70% 늘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