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없어요. 제 말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도 않고.”
이번에는 새음반(4집)을 낸 김에 큰 맘 먹었다. 그렇다고 매니저의 재촉이 없었더라면 먼저 인터뷰하겠다고 나설 이소라가 아니다.
그는 검정 외투에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나왔다. 침묵을 깨려고 4년전 이야기(그는 동아일보 일일기자를 한 적 있다)를 했더니 이내 밝아진다. 그만큼 표정이 많다.
곧장 음반 이야기부터 꺼냈다.
머릿곡 ‘제발’을 비롯해 ‘그대와 춤을’ ‘코미디’ ‘너에게 나를 바친다’ 등 10곡의 수록곡이 늦은 밤 감상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진한 슬픔이 뚝뚝 묻어나기도 하고 서정적인 풍경화같은 노래도 있다. ‘코미디’같은 노래에서는 이소라의 잔잔한 몸짓이 연상된다. ‘랑데뷰’는 산뜻한데다 하와이언 리듬을 채용해 흥겹다. 음악도 그의 여러 표정 만큼이나 갈래가 많다. ‘제발’을 빼면 이전 음반보다 밝아졌다. 리듬도 경쾌하다.
“감미로움과 낭만,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컨셉트로 삼았어요. (김)현철이에게 그렇게 작곡해달라고 주문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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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넘겨 처음 낸 음반이 왜 밝아졌을까.
“나이 탓인가봐요(밝은 웃음). 그렇지만 내 감정이 자주 바뀌어요. 나도 나를 다루기가 어려울 때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이소라는 ‘혼자만의 세계’를 즐긴다. 인터뷰를 꺼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집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포트리스’ ‘스타 크래프트’ 등 게임을 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말한다. 집에서 이야기 상대는 주로 어머니다. 어머니는 서른이 넘은 딸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20대 중반만 해도 노래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노래도 했는데 이제는 ‘은둔’의 편안함을 즐긴다.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아프고 그럴바에는 혼자 있는 게 편하잖아요.”
TV 무대에서 깔깔거리는 모습은 ‘과장’일까.
“그나마 편한 방송이잖아요. 녹화때 신경쓰지 않더라도 PD가 알아서 편집해주니까요.”
최근 2년간 라이브 무대를 가진 적이 없다. 그의 짙은 호소력은 음반만으로 담아두기에는 아깝다.
“게을러서 큰 이벤트를 선뜻 벌리지 못해요. 그렇지만 곧 콘서트가 하고 싶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가서 후다닥하죠.”
매니저가 내년 2, 3월경 콘서트를 갖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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