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난 친구의 아들이 엄마가 눈짓을 보내자 태연스럽게 “하이, 하와유”라며 영어로 인사를 해온 것. 세 살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켰다는 친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김씨는 “벌써부터 극성이구나 생각했지만 이제 겨우 알파벳을 외고 있는 다섯 살 난 내 딸이 뒤진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고 말했다.
조기 교육은 유아기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의 관심사. 최근 한 육아 전문지가 학부모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만 2세 이전에 조기교육 목적으로 무언가를 처음 시도했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생후 6개월 이전이 10%를 웃돌았다. 통상 만3세 이전으로 거론돼온 조기 교육의 기준 시점도 점차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응답자의 80%가 조기 교육 시장이 과열됐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한글은 취학 전에 반드시 떼야한다’는 응답이 90%였고 그 이유로는 ‘자극이 빠를수록 두뇌 발달에 좋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9%로 많았다.
▽조기 교육 바람직한가〓전문가들은 유아기에 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조수철(曺洙哲)교수는 “유아의 두뇌는 5세 이전에 어른의 80% 가량 발달하니까 어릴 때 오감을 일깨우는 자극을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영어와 한글공부도 놀이처럼 쉽고 간단하게 접근해야지 무리하게 암기 등을 강요해 뇌에 스트레스를 주면 오히려 발달을 방해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조기교육의 주체는 자녀다. 따라서 영어와 한글 등을 교육하는 시점도 아이가 스스로 호기심을 보일 때가 가장 좋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李元寧)교수는 엄마가 함께 동화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요령으로 △많이 안아주고 어루만져 줄 것 △자연의 소리와 음악을 자주 들려줄 것 △아이가 놀자고 할때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 △동화책과 그림책은 연극을 하듯 글의 맛을 살려 읽어줄 것 △칭찬을 아끼지 말 것 등을 들었다.
이교수는 “높은 건물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야 하듯 유아 교육도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무리하게 지식 습득을 권하는 방식은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