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놈들아. 전화도 한 통 없고, 얼굴 잊어버리겠다.” “죄송해요.”
어머니의 농담이 이어졌다.
“동네에서 그러더라. 큰아들은 기자, 작은아들은 경찰이니 남부러울 게 없겠다고. 그런데 왜 에미한테는 용돈 한푼도 안 주니. 하하하∼.”
동생이 먼저 말했다.
“경찰은 깨끗해. 돈 많은 기자 형이 엄마 용돈 좀 드려.”
“이봐 경찰, 다 알고 있으니 집에도 신경을 좀 써.”
어머니는 기자나 경찰이면 월급 외에 ‘생기는 게’ 있지 않겠느냐는 세상의 ‘인식’을 두 아들에게 넌지시 전하면서 몸조심을 당부하신 것이다. 하지만 철부지 형제는 서로에게 ‘혐의’를 두며 묘한 신경전만 벌인 셈이다.
둘이 방안에 들어가 형은 동생의 비리 여부를 ‘취재’하고 동생은 형을 ‘수사’했다. 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서로 기사화하거나 입건하지 않았다.
그래도 형제는 똑같은 말을 건네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라도 딴 짓 하다 걸리면 내가 가만 안 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