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신영옥이 부른 '찬송의 노래' 맑은 영혼의 메세지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58분


세계 성악도에게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주역가수라도, 항상 오페라 아리아만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힘들 때, 외로울 때 절로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그의 가장 개인적이며 ‘내밀한’ 노래다.

소프라노 신영옥이 다섯 번째 음반에서 선보인 노래들이 그렇다. ‘찬송’(Sacred Songs)이라는 제목으로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등 찬송가와 흑인영가, ‘내일 일은 난 몰라요’ 등 귀에 친숙하게 와닿는 복음성가를 비롯해 17곡의 교회음악을 실었다.

“순전히 제 고집으로 냈어요. 노랫말이 들려주는 메시지에 따라 때로는 아이같은 소리로, 때로는 가장 깨끗한 소리로, 때로는 오페라와 같은 화려한 음색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신영옥의 찬송’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의 노래에는 가장 호화로운 콜로라튜라(기악적) 기교와 가장 맑고 순수한 소릿결이 절묘하게 어울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르디 ‘리골레토’의 질다와 같은 순정(純正)한 마음씨의 주인공을 표현하는 데 적합할 뿐 아니라 영적인 순수함을 나타내는 데도 그의 소리는 적격이다.

“94년 돌아가신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신 노래가 ‘내일 일은 난 몰라요’에요. 노래를 연습할 때 마다 자꾸 눈물이 나서, 가끔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연습을 끝내기도 했어요.”

그는 매일 아침 성서 한귀절씩을 읽고 일과를 시작하지만, ‘강요하는 신앙’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메트로폴리탄에서 베르디 ‘가면 무도회’의 오스카역으로 모습을 보인다. 조역이지만, 1997년 미국 언론들로부터 ‘주역의 빛을 바래게 한다’는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배역이다. 2001―2002년 메트시즌에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질다역으로 되돌아간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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