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비교 학문은 흥미롭고 유익한 만큼 자의적이 될 위험성 또한 내포한다. 어떤 두 예술이 깊은 저변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느끼는 직관과, 그것을 구체적 논리적으로 밝혀내는 일은 아주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특히 주제가 다학문적, 학제간 탐구인 경우 더욱 증폭된다. 김현주의 이 책은 이러한 지난한 과제에 과감히 도전한 보기 드문 저작이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판소리의 악곡 분석보다 판본을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며 서술의 편의상‘춘향전’을 중심으로 하였다. 그림에서는 문인화, 진경산수, 의궤도, 민화 등도 함께 다루었지만 역시 주로 풍속화를 논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삶 속의 구체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음악과 그림이 바로 판소리와 풍속화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결론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두 예술이 18세기 조선 문화의 첨단에 서서 쌍방을 서로 닮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책은 서론을 빼고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저자의 노력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2장 ‘판소리와 풍속화의 구조상 닮은 꼴’이다. 이 장은 다시 다섯 절로 세분되어 ‘하나의 대상을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보기’ ‘유형화된 표현을 반복하기’ ‘세밀하게 묘사하기’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 ‘성적 표현을 자유분방하게 노출하기’ 등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저자는 판소리와 풍속화의 표현 구조를 세밀하게 천착하고 매 절마다 이를 가능케 했던 시대정신으로 귀납시키고 있다.
저자의 논지는 대체로 독자를 납득시키는 논리를 확보하고 있다. 또 그러한 서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소리 문학에 고유한 특성과 옛 풍속화의 회화적 특징이 저절로 풍부하게 드러나도록 배려한 것이 이 책의 장점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러한 분명한 논리의 외곽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미술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통 회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이따금씩 눈에 뜨인다는 점. 둘째, 일부 회화사학자들의 잘못된 저술에 전적으로 의지해 종종 진작이 아닌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 셋째, 동양 회화사 전체를 조감할 수 없어 필요한 것만 인용하고 나머지는 방기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은 근본적으로 저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성격을 갖는다. 역시 학제간 연구는 공동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오주석(중앙대 겸임교수·한국회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