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국내에서 열리는 음악 무용 공연도 80% 이상이 자비 공연이다. 이 점에서 국내와 해외공연은 차이가 없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해외공연 횟수를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연간 수백회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해외공연을 위해 쓰는 돈만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공연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고 어차피 돈을 써야한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정보수집과 홍보 등에서 재외공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게 예술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 중국공연을 다녀온 한 공연단체가 대사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지난달 취재차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에서 목격한 빈 주재 한국대사관의 대조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빈은 서양음악의 본고장으로 세계적인 예술단체의 공연이 1년 내내 이어지는 곳이다.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도 한해 평균 20, 30여회에 이르고 교민 1600여명 중 900여명이 음악 유학생일 정도로 문화 예술적으로 우리와 가깝다. 빈 주재 대사관은 이런 여건을 최대한 활용, 한국인 공연과 유학생 지원을 통해 우리 문화를 적극 소개하고 있었다.
최상덕 대사는 “1회성 방문공연도 중요하지만 유학생들의 ‘현지화’를 지원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대사관은 이를 위해 지난해 ‘한―오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한―오 오케스트라’는 찰즈부르크 캄머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이윤국씨 등 한국 유학생 13명과 오스트리아의 신예 13명으로 구성됐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창단 공연을 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에는 700여명의 관객이 모였고 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오스트리아정부 고위관료와 각국 대사 등이 대거 관람했다. 한국을 알리는데 톡톡히 한몫을 한 셈이다.
오스트리아대사관처럼 재외공관들이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준다면 해외공연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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